송만중이 최풍원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우리 상권을 목계로 넘기자는 얘긴가?”

갑자기 최풍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송만중이 무언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결국 황강객주 송만중의 속셈은 거기에 있었다. 북진의 상권을 목계로 넘기고 그들의 도중으로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북진도중회는 객주들이 모여 서로의 권익을 도모하고 상거래 발전을 위해 공동의 뜻을 모아 세운 단체였다. 먹지 못하면 먹히는 살벌한 장바닥에서 내 몫을 스스로 상대에게 내놓을 천치는 어디에도 없었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미끼였다. 들어가는 놈도 받아들이는 놈도 서로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황강객주 송만중과 목계도중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주머니를 차고 각기 이득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목계 도중은 송만중을 받아들임으로써 새재나 하늘재를 넘어오는 영남 물산들을 원활하게 공급 받을 수 있었다. 송만중은 양쪽을 저울질 하다 북진 도중이 문을 닫아도 자신은 목계로 옮기면 그만이라는 꿍꿍이가 있었다. 그것은 송만중이가 있는 황강나루의 지리적 이점을 등에 업고 양다리를 걸치려는 약삭빠른 술수였다. 송만중이 관할하는 황강나루는 북진도중과 목계도중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니 송만중은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어느 쪽으로 붙어도 상관이 없었다. 더구나 송만중은 이득만 생긴다면 신의 따위는 떨어진 짚신 버리듯 언제든 버릴 그런 인간이었다. 송만중은 그것이 장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목계는 벌써부터 난장을 틀고 있었지만, 북진은 이제 시작이었다. 목계는 남한강 하류에 있었고, 북진은 목계보다 훨씬 북쪽의 상류에 있었으니  언 강물이 더디게 풀려 뱃길이 늦게 열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똑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니 송만중에게 북진여각은 계륵과 같았다. 송만중으로서는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중요할 뿐이지 그까짓 북진도중의 규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여러 객주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될 책무를 지닌 북진도중의 수장으로서 최풍원은 송만중의 행위를 그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형편이었다. 북진도중의 상권은 영춘·단양·매포·제천·수산·덕산·한수·서창·살미 등 청풍 일대는 물론, 강원도 맡밭을 근거지로 한 영월?정선·평창 태백까지, 소백산 죽령을 넘어 경상도 동쪽으로는 풍기·영주·봉화까지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산악지대여서 특산물이 위주였고, 곡물이나 생필품들의 생산은 그저 시늉만 낼 뿐이었다. 그런 북진여각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곳이 새재 너머 경상도 남쪽 지역이었다. 물산이 풍부하고 다양한 경상도 남쪽 곡창지대인 문경·상주·의성·예천 고을에서 새재나 하늘재를 넘어오는 물산들은 대부분 송만중이 관할하고 있었다. 만약 송만중이 목계도중에 붙는다면 최풍원으로서는 오른팔을 잘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되면 상권의 주도권은 강 하류의 목계도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터이고, 북진도중은 상권이 위축되어 자투리나 주워 먹는 신세가 될 것이었다. 결국 송만중의 뜻대로 한다면 편안한 내 집을 내어주고 더부살이를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이제껏 북진도중에서 닦아놓은 상권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진도중이 문을 닫는다 해도 송만중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었다. 만약 북진이 목계로 들어간다면 송만중은 그 대가로 목계도중에서 지분을 얻어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최풍원으로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송 객주, 다른 객주들이야 죽든 살든 자네 이득만 취하면 된다는 말인가?”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오!”

송만중은 자신의 꿍꿍이가 드러나자 당황해하는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신의 뜻만은 분명하게 말했다.

“객주 여러분! 정식으로 도중회가 열린 것은 아니지만, 거수로 가부를 결정합시다. 어떻소?”

심봉수가 다른 객주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요!”

“동조합니다!”

대부분의 객주들이 거수에 찬동했다.

“난, 싫소!”

송만중 혼자서만 객주들의 뜻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나도 송 객주와 같은 생각이오. 오늘은 정식 회의도 아니니 도중의 중요한 사안을 거수에 붙일 수는 없소, 이 문제는 내일 정식 안건으로 올려서 결정하는 게 좋겠소.”

최풍원이 송만중을 두둔하며 객주들을 진정시켰다.

“난, 내일 도중회에 이 문제를 안건으로 올리는 것도 반대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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