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풍속도 바꾼 ‘김영란법’…유통업체, 주력 상품으로 저가형 구성

▲ 설 명절을 앞두고 청주의 한 마트 명절선물세트 진열대 앞에서 사람들이 선물을 고르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첫 명절을 앞둔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 시장에서 5만원 이하 상품이 대세로 굳어졌다.

22일 충북 청주지역의 대형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선물세트 시장에서 80% 이상이 5만원 이하 선물세트로 매대를 채웠다.

그나마 15만원 이상 고가상품들은 고정 소비층으로 인해 판매고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로 전락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고가 상품은 아예 진열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고가 선물세트 구입을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던 일부 시민들은 인근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청주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던 H(43)씨는 “가격을 떠나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하는 분들이 있어 취향에 맞는 선물을 찾아보니 마트에는 선물할 만한 품목이 구성돼 있지 않아 근처 백화점을 찾았다”면서 “김영란법 때문인지 5만원이 넘는 상품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청주의 또다른 대형마트를 찾아 본 결과 명절 때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7~8만원에서 12만원 사이를 차지하고 있던 기존 인기 상품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트에 들어서자 선물 대표 품목인 육류, 과일, 건강식품, 가공식품 등 세트가 입구 앞 진열대에 나열돼 있었고, 선물세트 카탈로그에도 5만원 이하 상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선물세트를 구입한 회사원 L(31)씨는 “명절 때마다 선물을 고를 때면 상대에 따라 가격대를 결정하고 종류를 결정하느라 애를 먹었었다”며 “이번에 보니 구성이 잘돼 있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들이 대부분이어서 선물을 고르는데 고민도 덜하고 부담도 덜었다”고 설명했다.

주부 P(60·여)씨는 “지인에게 줄 선물을 찾으러 왔는데 가격을 보니 예전보다 많이 싸진 것 같다”면서 “중간가격의 선물이 없어져 선택하긴 편하지만 혹시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선물과 차이가 클까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소비자분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예전과는 다르게 5만원 이하 선물세트 상품들을 많이 구성하게 됐다”며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고, 사회 분위기도 좋지 않아 선물세트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약간 저조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뿐 아니라 한과세트 등 명절선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청주시 강내면에서 한과 전문 생산업체인 무궁화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보 대표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3만9천원 선물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예전에 비해 주문량이 법 시행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5만원 이하 선물세트 구성과 구입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설 기획전에서 판매상품을 중간 집계한 결과 5천원 이하부터 2만원대 이하 상품이 전체 판매된 상품 중 9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가격대별로는 5천원 이하 11%, 1만원 이하 39%, 1만원~2만원대 42%, 3만원~4만원대 5%, 5만원대 이상 3%였다.

위메프 위탁사업본부 이진원 본부장은 “경기 불황 등의 여파로 인한 설 선물세트 구입 부담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저가의 알차고 풍성한 선물세트를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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