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우리 이문이 박해지는 게 아니래유?”

최풍원의 값싸게 물건들을 팔아야 한다는 말에 황칠규가 알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상들 물건은 제 금보다 더 쳐주고, 우리 물건은 싸게 내놓을 수도 있소! 무슨 수를 쓰든 우선 그들 발길을 북진으로 돌리는 것이 시급한 일이오!”

“대행수 어르신, 그렇게까지 손해를 보며 경상들을 끌 필요가 있는가요?”

황칠규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객주들이 그 고생을 하며 수집해 놓은 우리 물건은 헐값에 넘기고, 경강상인들의 물건은 비싸게 사들인다니.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고 그런 반편이 같은 장사가 어디 있는가. 객주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해 가을 이후 겨우내 그 험한 눈밭을 빠대며 발품을 팔고 입씨름을 해서 갈무리 해둔 물산들이었다. 객주들은 이제나저제나 해동이 되어 뱃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의 물건은 후하게 사들이고, 내 물건은 헐값에 내놓으라니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도중회에서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런 엉터리 장사 방법을 따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 문제는 내일 상론합시다. 그러니 오늘은 오랜만에 회포나 풉시다.”

최풍원이 격앙되어가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며 객주들의 동정을 살폈다. 그때였다.

“아니오! 이건 우리 생사가 걸린 문제요! 지금 당장 짚고 넘어 갑시다!”

송만중이었다.

“송 객주, 내일 도중회에서 정식으로 상론하는 것이 어떻겠소?”

최풍원이 송만중을 설득했다.

“안되오! 이런 중한 일을 내일로 미룰 수는 없소! 여러 객주들 의향은 어떻소?”

송만중이 고집을 꺾지 않고, 오히려 동요하는 객주들을 부추겼다.

“그렇소! 행수님, 이런 중한 문제를 두고 편히 잠을 잘 수 있겠소이까! 밤을 새더라도 끝까지 매듭을 지어야겠소!”

송만중이 작정을 하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하십시다.”

다른 객주들도 송만중의 의견에 동조를 하고 나섰다. 당장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니 대부분의 객주들도 최풍원의 생각을 알고 싶어 했다.

“객주 여러분들! 빠꼼이처럼 눈앞 이득만 생각말고 멀리 봅시다. 당장은 아깝겠지만, 지금 객주들께서 출혈을 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게 될 것이오. 또한 내 것이 아까워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당장은 죽지 않겠지만 천천히 말라 죽어갈 것이오. 결국, 여러 객주들은 목계의 종이 되고 말 것이오. 그렇게 되고 싶소? 종당엔 북진은 죽고 말 것이오!”

최풍원이 객주들을 설득했다.

“행수님! 당장 죽으나 낭중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면 차라리 고생 않고 먹다 죽는 게 낫지 않겠소? 생일날 잘 먹으려고 보름 전부터 굶다 생일상 받아놓고 죽으면 기껏 고생한 것이 무슨 소용이오?”

영춘객주 심봉수였다. 심 객주는 북진여각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인 행상 시절부터 최풍원 행수와 관계를 맺어온 막역한 사이였다. 

“곳간에서 물건들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그렇게는 못하겠소!”

황강객주 송만중도 심 객주 의견에 찬동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단 사람을 모으기 위한 맛뵈기일 뿐이오. 목계장의 주도권을 빼앗으려면 우리가 겨우내 갈무리 해둔 물산을 싸게 내놓고, 경상들이나 장꾼들 물건을 비싸게 매입하면 북진장에 가면 수지맞는다고 삽시간에 소문이 사방에 퍼질 게 아니겠소? 그렇게 소문이 나면 경상들이나 보부상들, 장꾼들이 각지에서 북진으로 구름처럼 모여들 것이오.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자연적으로 물건은 딸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값이 오를게 아니겠소? 그때, 제 값을 받거나 이문을 더 붙여 판다면 결국 그게 남는 장사 아니겠소?”

“그건 행수 생각일 뿐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아니잖쑤? 만약 물건이 헐할 때만 와서 사고, 경상이나 장꾼들이 발길을 돌리면 그땐 어떡하겠소?”

평생 손해 본 일 없이 바꿈이 장사만 해온 황강객주 송만중은 최풍원의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지 않소!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면 물건 종류도 다양해질 것이고, 북진장에 가면 싼값에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고 입소문이 퍼질 게 아니겠소? 그러면 더더욱 사람들이 몰려들고, 평소 마음에 두었던 물건을 사기 위해 꽁꽁 숨겨뒀던 온갖 물산들을 지고이고 장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은 정한 이치요. 그럼 이런 기회에 팔려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거래는 봄날 검불 타듯 번질 게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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