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육아 병행 스트레스에 짓눌려 상담받기도
“가정 구성원끼리 육아 책임 공평하게 나눠야”

“잠을 푹 자본 적이 없어요. 육체 노동이 커지고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하다보니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6살, 2살 등 세 자녀를 둔 이모(37·여·경남 창원)씨는 “엄마니까 희생을 감수한다”면서도 양육에 따르는 ‘고통’을 부인하지는 못했다.

이 씨는 “아직 돌이 안 된 막내 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데다 밤에 막내가 깨서 울면 첫째, 둘째도 일어난다”며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 “남편 퇴근이 늦고, 친정과 시댁 어른 모두 다른 지역에 있어 혼자 육아를 할 수밖에 없다”며 “첫째·둘째는 어린이집에 보내는데도 여전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육아 탓에 생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상담센터 문을 두드리는 부모도 적지 않다.

4살·2살 자녀를 둔 한 워킹맘은 어렵게 짬을 내 지난해 창원의 한 상담센터를 찾았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지기 일쑤였고, 자녀에게도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적절한 수준에서 훈육하려고 하는데도 화를 내며 자녀를 다그칠 때가 있어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최근 육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가 2015년 무료 시작한 상담사업에도 참여자들이 줄을 이었다.

2015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에서 1천509명이 집단·개별 상담을 592차례 받았다.

지난해 1월∼11월에는 5천311명을 상대로 상담이 2천299차례 이뤄졌다.

이 기간 상담 유형을 보면 양육 방법과 영·유아 발달사항 문의가 각각 1천562건, 1천413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양육 스트레스 등 심리문제(309건)와 육아 중 발생한 가족간 마찰·불화에 관한 내용(62건)도 적지 않았다.

상담을 받은 사람은 98% 이상이 엄마이고, 간혹 할머니나 아빠가 있다고 중앙센터 측은 설명했다.

이들은 대개 ‘독박 육아’(혼자 육아를 맡는 것)로 쌓인 신체·정신적 스트레스 탓에 “아이에게 자주 화가 나고, 때때로 감정을 과도하게 표현한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센터의 한 관계자는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던 대가족 시절과 달리 요즘은 주 양육자, 대개 엄마 혼자만 부담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요즘 엄마들 중에서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전했다.

더구나 이런 스트레스가 아이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는 일도 때때로 발생, 사회 문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회 연구단체가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2015년 아동 학대로 판정된 248건의 학대 유발 요인을 살펴봤더니 13.4%가 스트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부적절한 양육 태도(21.9%), 양육 지식·기술 부족(16.5%), 부부 및 가족 갈등(10.8%) 등도 있었다.

권희경 창원대학교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여성의 역할이 살림·육아에 한정돼 있었다면 현재는 다양화됐다”며 “이런데도 육아를 여성의 책임과 역할로만 여기는 예전의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이 육아 스트레스를 높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갈수록 핵가족화하면서 가족이나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도 주 양육자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원인”이라며 “육아 공동체 등 공동 육아 체계를 형성하는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양육을 하면 그 스트레스가 어떻게든 드러나 아이에게도, 남편 등 다른 구성원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가정 안에서 구성원끼리 양육 부담을 공평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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