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장고를 거듭한 끝에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삼성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의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 경영권 승계자인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다. 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그동안 재벌과 정치권 간에 맺어진 부정부패라는 고질병을 끊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을 구속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의식해 심사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실현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과 관련해 특검은 이미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삼성그룹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3명은 불구속 수사키로 했다. 앞으로 롯데와 SK그룹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단순 뇌물죄를 적용했다는 것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게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에 대해서는 객관적 물증을 대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본다. 나머지 대기업 총수들의 수사를 통해 대통령의 혐의 입증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제위기 등을 내세워 재벌 총수들의 수사와 구속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기우라고 본다.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촛불민심이나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재벌에 대한 불신은 둘째 치고라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총수들의 부재로 흔들릴 만큼 허술하지 않다는 것이다. 웬만한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충분한 조직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총수 일가가 아닌 전문 경영인들이 경영에 나섬으로써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루고 재벌이 갖고 있는 국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불식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 기업의 경영활동이 창업자에서 2세, 3세로 이어지며 능력과 신뢰 측면에서 재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한 현상이다. 이번에 제대로 검증받고 전문경영인 투입 등의 실험무대로 삼는 것도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들의 연이은 구속이 이어진다 해도 결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이번 기회에 삼성과 수사대상이 되는 재계는 검증되지 않은 채 창업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수가 된 최고 경영자 자리를 내려놓고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 기업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재벌 경영자라는 이유로 구속을 피해갈 경우 국민은 더 큰 충격과 실망으로 오히려 서민경제는 물론이고 또 다른 국정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과 정의 앞에서 그 누구도 피해갈수 없음을 특검은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 길만이 국가가 경제와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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