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자공(子貢)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춘추시대 위(衛)나라 사람이다.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열 명의 제자를 이르는 공문십철(孔門十哲)에 속한다. 성은 단목(端木)이고, 이름은 사(賜)며, 자가 자공이다. 공자의 평에 의하면 자공은 언어와 대화술에 통달한 인재로 여겨 충분히 벼슬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자공은 본래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구속되거나 얽매이지 않아 누구보다 앞일을 예측하고 시세파악을 잘했다. 이를 상술에 이용하여 조나라와 노나라를 오가며 천하 갑부가 되었다. 그는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부유했으며, 큰 나라의 왕과 대등할 정도였다. 뛰어난 언변과 많은 재물로 인해 외교무대에서 크게 활약하였으며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내기도 했다. 

한번은 공자가 있는 노나라가 주변 나라의 위협을 받게 되자 자공이 나섰다. 사마천은 그의 활약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자공이 한번 나서자 노나라가 존속하고 제나라가 혼란에 빠졌으며, 오나라가 망하고 진나라가 강국이 되었으며, 월나라는 패자가 되었다. 요컨대 자공이 한바탕 뛰어다닌 결과 국제 정세에 균열이 생겨 10년 사이에 다섯 나라 모두 큰 변동이 생겼다.”

어느 날 제자인 자공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선생님, 벼슬을 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하였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임무를 띠고 나아갔을 때 나라를 욕되게 하지 않는 사람이면 벼슬을 해도 괜찮다.”

자공이 그 다음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면 그 아래는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긴다. 그러니 그 아래라면 당연한 도리를 행하는 사람들이다. 즉, 부모를 잘 모시고 형제와 우애가 깊으며 마을 어른들에게 공손하다고 칭찬받는 자라면 벼슬을 해도 괜찮다.”

이에 자공이 한 번 더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그 아래의 아래는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하였다.

“사람과의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고,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면 비록 융통성이 부족한 소인배라고 하더라도 그런대로 그 아래지만 벼슬을 해도 괜찮다.”

대답을 듣고 난 후에 자공이 끝으로 평소 궁금했던 정치인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정치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하였다.

“도랑이 좁고 변변치 못한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무슨 왈가불가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들은 말할 가치도 없는 자들이다.”

이는 ‘논어(論語)’에 있는 이야기이다. 언필신 행필과(言必信 行必果)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맺는다는 뜻이다. 즉 말에는 신의가 있고 행동은 분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요즘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를 보면 이 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새삼 결과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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