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가 정점에 다다른 가운데 윗선으로 꼽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번 주 중에 이뤄진다. 블랙리스트 문제는 대통령 탄핵 이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깊이 관여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기춘과 조윤선 등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에 이어 문체부 직원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져 급물살을 탔다.

특검에 따르면 이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까지 된 상태다. 특히 특검은 문체부 전임 장관시절 사용하던 업무용 PC에 대해 사용연한을 지키지 않고 갑자기 교체하게 된 배경을 조사하고 있으며 하드디스크를 회수해 복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조 장관은 증거인멸에 대한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조 장관과 함께 드디어 소환되는 ‘김기춘’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박 특검은 특검에 임명된 이후 가장 어려운 수사가 무엇일까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기춘’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만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철옹성이다.

김기춘은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권력 영속화를 위한 유신헌법 만들기에 1등 공신이었던 사람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하며 박근혜정부에 이르는 50년간 대한민국에서 소위 공안·언론조작의 달인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쥐고 있던 인물이다. 그가 공직에 근무한 50년은 ‘조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기춘의 조작사’는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검찰 대공수사국장으로 부임해 ‘11.22 사건’이라 불리는 재일동포 유학생 학원침투 간첩사건을 조작했다. 그는 재일동포 유학생 21명을 잔인하게 고문해 간첩으로 몰았다. 이들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10년 넘게 복역한 후 최근에 와서야 모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기춘은 법무부 장관으로 있던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당시 분신정국이 이어지자 검찰은 김기설의 유서를 강기훈이 대신 썼다고 조작해 ‘운동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사건 피해자인 강기훈씨는 2015년 24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현재 암투병중이다.

이 같은 조작은 박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부임한 후에도 지속됐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단식 투쟁을 비난하도록 여론을 호도하고, 박 대통령를 희화한 홍성담 화백 고발을 지시한 것으로 적혀있다.

박 전 대통령부터 그의 딸인 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0년의 공직생활 동안 대한민국을 조작의 나라로 만든 장본인이다.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시작된 수사지만 특검은 ‘김기춘 조작의 신화’를 반듯이 깨야 한다.

김기춘은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정신을 침해한 범죄자이며 수많은 억울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트리고 옥살이시킨 참 나쁜 사람이다. 부디 특검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구속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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