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비도 흔들…히든카드 아닌 애물단지 전락

▲ 지난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프로배구 우리카드 위비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경기. 현대캐피탈 톤이 공격하고 있다.

이쯤되면 ‘히든카드’가 아닌 ‘애물단지’로 봐도 무방하다. 현대캐피탈이 야심차게 선택한 외국인 선수 톤 밴 랜크벨트의 기량 미달로 속을 태우고 있다.

톤은 지난해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당시 한국배구연맹(KOVO)이 구단들을 상대로 실시한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 24명 안에 들지 못했다.

한국행이 불가능한 실정이었지만 때마침 일부 상위권에 포진한 선수들이 트라이아웃 불참을 선언하면서 극적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예전부터 영상으로 톤을 지켜봤던 현대캐피탈은 리시브 능력을 갖춘 그가 스피드 배구를 함께 할 적임자로 판단했고, 바람대로 그에게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톤은 컵대회 때부터 부진한 플레이로 속을 태웠다. 진짜 승부인 리그에서는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도 수포로 돌아갔다.

전반기 막판 잠시 살아나는 듯 했던 톤은 4라운드 들어 완전히 페이스가 망가졌다. KB손해보험, 우리카드와의 최근 두 경기에서는 모두 6점에 그쳤다.

더욱 아쉬운 점은 리시브 능력이다. “공격은 몰라도 수비만큼은 일품”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실수들이 많다.

공인구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할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다. 그동안 톤의 부진은 상승하는 팀 성적에 가려진 측면이 많다.

하지만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시작되는 지금부터는 그 공백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은 당장 톤 체제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몸이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아서 답답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체 선수를 구하는 작업은 따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은 주전 세터 교체가 톤의 리듬을 무너뜨렸다고 보고있다.

그는 “톤이 4~5경기째 컨디션이 안 좋다. 세터가 바뀌어서 그런지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하고 있다. 대화를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우승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올해는 수년째 적기를 놓친 현대캐피탈이 타이틀 갈증을 씻어낼 좋은 기회다.

최민호가 군에 입대하고 문성민과 여오현이 한 살씩 더 먹는 내년은 지금보다 좋은 전력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끝을 알 수 없는 톤의 부진이 더욱 아쉽기만 하다.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는 아무 때나 교체가 가능하다. 포스트시즌이 열려도 팀이 원한다면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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