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반 전 총장은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그리워하던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 따뜻하게 환영해줘 고맙다”는 말로 첫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간 유엔에서 인류평화와 인권보호, 기후변화대처, 양성평등 등을 위해 노력했다며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뉴욕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는 말로 대권의지를 밝힌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며칠간 민심을 살피며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없는 결정을 하겠다. 결정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대권도전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은 사당동 자택으로 돌아간 후 이튿날인 13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주말에는 고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국민과의 소통을 시도하면서 민심의 소리에 귀기울여보겠다는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대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연차 리스트 관련 23만 달러 의혹과 미국 뉴욕주 검찰에 기소된 반주현씨 등에 대한 언급은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단지 “언론과 정치권에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떠들고 있다. 진실과 관계없다. 양심에 부끄럽지 않다”는 말로 일갈했다.

과연 반 전 총장의 말이 진실인지는 앞으로 분명한 검증과정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따뜻하게 환영하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라도 반듯이 선행돼야할 부분이다.

이와 함께 유엔총장으로서 업무와 관련된 공정성 등의 이유로 퇴직 후 정치참여를 배제하는 유엔의 정신을 지켜야할 필요성도 고민해야 한다. 유엔의 사무총장은 재임 이후라도 자기 모국으로 돌아가 국제사회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이나 개인의 지위가 한 국가의 외교력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 국가로 돌아와 특정한 정치적 지위를 맡으면 안 된다는 것이 관행이고 약속이다.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에 사무총장은 여러 정부로부터 비밀스런 상담역을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은 그에게,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그의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들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으로서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 전 총장의 대권 시사가 국제사회에 우려를 나타내는 일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반 風’도 다소 변해가고 있는 기류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도 적극적인 러브콜에서 선회해 공정한 경선을 강조하며 반 전 총장을 무조건 후보로 옹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분간 민심행보를 통해 대선과 관련한 공식적인 결정을 내놓겠다고 한 상황에서 엄중하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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