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동서양과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탄생을 알리는 첫 신호는 아기의 울음소리이다. 우렁찬 또는 가냘픈 울음소리를 듣고 어머니,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기뻐한다. 산파는 아이가 더 건강하게 태어났음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를 위해 신생아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준다. 어쩌면 당연하고 축복의 의식으로 여겨왔던 이러한 풍습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넘어갔던 것이 아이가 세상에 나와 접하는 첫 ‘접촉의 기억’이라고 한다.

태아는 엄마의 뱃속에서 양수에 둘러싸여 부드럽고 고요한 ‘접촉’을 느끼면서 10개월을 지낸다. 이 태아시기에 어떠한 접촉의 기억을 갖느냐가 아이의 기질을 좌우하는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며 바느질로 태교에 전념한 엄마와 임신을 했음에도 직장 생활로 바쁘게 움직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태교를 한 엄마의 경우 태어난 아이의 성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며칠 전 지인의 빌라에 세 들러 온 17개월 딸아이를 둔 젊은 엄마가 있었다. 그 엄마는 교도관으로 근무하였으며, 임신하고 출산을 임박해서 까지 근무를 지속했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잔병치레를 하는데 병원에 가도 딱히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가 직장 때문에 아이를 시부모님께 맡겨 키우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이 어찌 그 집뿐이랴. 그런데 유독 그 아이는 잔병치레가 많아서 고민이라고 한다. 지인은 그 엄마에게 태교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교도관이라는 직업의 특성 상 좋은 태교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다시 태교를 할 수 없는 노릇이며, 그렇다고 아이와 함께 생활할 수도 없으니 아이를 만나게 되면 가능한 많이 안아주고 함께 목욕도하고 잘 때도 함께 하라고 했다. 아이를 맡아 키우는 시부모님께도 많이 안아주시라고 부탁하라고 전했다고 한다.

미국 어느 대학병원에서 신생아를 대상으로 충분한 식사를 제공하는 그룹과 필요한 양의 70%만 제공하는 신생아 그룹을 나누어서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다만, 70%의 영양공급을 하는 신생아들은 충분한 접촉을 해 주었고, 충분한 영양공급을 하는 그룹은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은 신생아 그룹에서 오히려 병치레 비율이 훨씬 높았으며 아이들의 발육도 확연하게 뒤쳐졌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아이들이 매우 신경질적이고 울음이 많았다고 한다. 비록 영양공급은 부족했지만 충분한 피부접촉을 받은 아이들은 훨씬 건강하고 발육이 좋았다.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며 우는 아이에게는 부모의 잔소리나 억압은 통하지 않는다. 이미 아이는 부모의 그런 행동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기도 하지만, 자신이 존중받거나 사랑받지 못한다는 감정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때는 아무 말 없이 꼭 힘을 주어 1분 이상 안아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엄마 아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된다고 한다. 이제 중2가 되는 필자의 큰 딸은 요즘 유독 까칠하게 군다. 신체가 발달해서 이제는 엄마만큼 자랐지만 여전히 아이이기에 접촉이 필요한가 보다. 오늘은 퇴근 후에 더 세게 안아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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