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순 청주문화원 수필반

여름에 주부로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먹거리 관리다. 고온 다습한 날씨 때문에 음식이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제조날짜를 보고 구매하는 방법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며칠 전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부드러운 액체가 아니라 순두부 같은 젤이었다. 우유가 상한 것이다.

입안을 물로 가셔 내고 우유팩에 표기된 제조 일을 살펴보니 아직 3일 정도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었다. 당황스러워 대리점에 전화를 걸었더니 주말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기계음만 들린다. 우유를 버려야 할지 증거물로 가지고 있어야 할지 망설였다.

냉장고에 다시 넣어 놓자니 혹시라도 식구 중에 모르고 마실까 고민됐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야 연락이 될 것이고 보관하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아 결국 상한 우유를 버리고 왜 우유가 상한 것이 배달됐는지 전화나 해보자 생각했다.

월요일 대리점과 연락이 돼 상황을 설명하니 직원의 대답은 “우유가 저온 살균이라 고온에 있으면 상하기 쉬워서 배달된 우유를 바로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한 것입니다”.라며 그 회사우유의 특성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것이다.

늘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과 우유를 챙겼는데 그 날 아침은 우유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우유가 두개 들어 있었다. 어제 것과 함께 배달된 것이려니 생각하고 냉장고에 넣었던 것이다.

결국은 제시간에 배달되지 않았던 우유가 상온에서 오랜 시간 방치됐던 것이 다음날 아침냉장고에 들어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먼저 발견한 것이 다행이지 아이가 모르고 마셨다면 아마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리점에서는 배달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해결하라고 한다. 무엇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인가. 우유 한 통을 손해 본다는 생각보다 대리점의 불성실한 태도에 마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배달원의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늘 배달하던 시간과 다른 시간에 배달됐던 것을 추궁해서 무엇하랴.

이제는 우유도 컵에 반드시 따라서 확인 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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