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열풍이 이제 말문이 막 트인 두 살배기 아이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일부 유아는 하루 일과의 4분의 1을 사교육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사교육 공화국’이라 불리는 나라지만 기가 막힌다.

국무조정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8∼10월 전국의 2세 아동 부모 537명과 5세 아동 부모 7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5세 아동의 83.6%, 2세 아동의 35.5%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뤄졌던 사교육이 점차 중학교, 초등학교로 낮아져 이젠 영유아까지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을 받는 영유아들의 학습시간도 지나치게 길다. 5세 아동의 주당 사교육 횟수는 5.2회, 1회당 교육시간은 50.1분으로 조사됐다. 2세 아동은 주당 2.6회, 1회당 47.6분이었다. 영어학원, 놀이학원 등 반일제 이상의 학원에 다니는 5세 아동은 사교육 시간이 무려 6시간15분에 달했다.

학습과목도 한글·논술 등 국어와 예체능, 수학, 영어, 과학·창의 등 다양한 선행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다.

영유아의 주의집중 가능 시간은 3∼5분이라고 한다. 초등학생 수업시간도 40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영유아를 대상으로 과하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결코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과도한 사교육은 아동의 불안과 공격성을 키운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교육에 아이들을 몰아넣는 것은 부모의 과한 욕심 때문이다. 부모들은 남보다 먼저, 더 많은 과목을 자녀에게 학습시키면서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 선행학습이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는 비결이라는 그릇된 교육관도 한몫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유독 사교육 시장만은 확대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시기는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정서발달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때는 사교육보다 돌보는 사람과의 교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며 사회성을 기르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이렇게 하지 못하는 데에는 욕심 외에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면 늦은 퇴근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학원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어려워 영유아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미리 한글과 수학을 배우지 않고서는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따라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뇌는 7∼8살이 돼야 본격적으로 발달해 언어·문자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받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공교육이 바로서야 사교육이 준다. 국공립 보육시설 증설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 난이도 조정 등 국가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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