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초읽기 몰리면 실수”

업그레이드판 알파고의 ‘맛보기’에 바둑계가 떠들썩하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인터넷바둑사이트 2곳에서 세계 최고수들과 총 60판의 바둑을 둬서 전승을 거뒀다.

그중에는 한국랭킹 1위 박정환 9단,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도 있었다.

이세돌 9단도 알파고의 비공개 인터넷 대국에 참여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형식은 싫다’며 거절했다.

만약 알파고가 다시 정식 대결을 요청한다면 수락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세돌 9단은 “지금 제가 또 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 구글 측이 그렇게 할 리도 없다. 아마도 다시 대국하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3월 딥마인드의 최신 인공지능 발표회와 같았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에 맞선 ‘인간 대표’였다. 그는 생각보다 강했던 알파고의 일격 속에서도 상대 약점을 잡아내 1승(4패)을 거두며 영웅이 됐다.

이세돌 9단은 10일 알파고와 겨뤘던 지난해 3월을 떠올리며 “그때는 해볼 만한 게 아니었을까”라고 돌아봤다. 문제는 지금의 알파고는 그때의 알파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알파고는 올해 안에 다른 인간 고수와 또 한 번 정식 대국을 펼칠 예정이다.

그에 앞서 개선된 기술 점검 차원에서 인터넷 바둑을 뒀을 뿐인데 인간 고수들을 60차례나 연파했다. 바둑계는 알파고가 기존 인간의 바둑을 넘어섰다고 판단한다.

이세돌 9단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지난해와 똑같은 조건으로 지금의 알파고와 붙는다면 한 판도 못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인터넷 대국 기보를 살펴봤다. 그는 “알파고가 너무 많이 세졌다”고 놀라워했다.

이번 인터넷 바둑은 제한시간 각자 10분에 20초 초읽기 3회 조건이었다. 일부 고수들은 제한시간 없이 20초 초읽기 3회로만 뒀다.

이세돌 9단은 “초읽기로만 같이 두면 60대 0이 아니라 600대 0도 가능할 것”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인간이라면 초읽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실수하기 마련이지만, 기계인 알파고는 실수가 없다. 이세돌 9단은 “인간이 실수해서 쉽게 밀리는 경향이 있더라”라며 이번 인간 60연패의 원인이 ‘실수’라고 분석했다.

이세돌 9단은 업그레이드 알파고가 긴 시간을 보장받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가정이 맞는다면 “인간이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이세돌 9단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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