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무한도전’은 2006년 처음 방영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MBC 간판 예능 프로이다. 예능계에서 무한도전은 획기적인 프로이다. 처음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으로 이후 무한도전에 영향을 받은 타 방송에서도 줄을 이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현재는 예능 버라이어티가 대세이지만, 2006년 당시 무한도전은 그 자체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진행자들의 역량도 있었겠지만, 무한도전이 1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프로그램의 기획력과 PD의 능력에 있다고 본다. 무한도전은 타 예능과 달리 쓸모없는 웃음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엉뚱한 도전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맞보게도 하고 가능성 없는 스포츠에 도전하여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또한, 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시대를 읽어낼 줄 아는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2014년에 방영한 ‘선택 2014’는 현실적인 선거판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준 백미였다. 시리즈로 기획되는 ‘무한상사’ 역시 직장인의 비애를 코미디로 승화시킨 기획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프로를 많이 기획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강제 징용되어 희생된 수많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가기도 하고 미국 LA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걸어온 독립운동의 길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웃음만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국 관계자도 아니고 방송 평론가도 아닌 내가 무한도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최근 방송된 프로 ‘위대한 유산’을 보고받은 감동에 대한 보답이다. 3회 차에 걸쳐 방영된 ‘위대한 유산’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역사를 힙합이란 장르를 통해 이야기 한 새로운 도전이었다. 함께 참여한 가수들과 진행자들이 팀을 이루어 만든 노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힙합이라고 하는 젊은이의 장르와 역사를 담은 가사, 그리고 그들의 퍼포먼스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독도문제, 독립운동가, 세종대왕,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힙합이라,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세대 차이를 크게 느낀다. ‘나는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흐르는 세월에 따른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보수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글쓰기 역시 어른스러워진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것, 사고방식의 틀에 얽매여 틀 안에서만 사고하고 표현하는 것,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젊은이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는 것, 세상일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스스로 위로하며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무한도전’의 무한도전의 정신을 보며 진정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예능 프로 10년이면 할아버지쯤 되지 않을까. 그런데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새로움에 도전하는 정신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프로를 이끌어가는 정신의 지향점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바람에서 기원하고 있지 않을까. 이것이 개인적인 착각일지라도 진정 어른스러운 무한도전이 계속되길 바란다. 그리고 나와 그대의 무한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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