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류인플루엔자(AI) 전국확산 등 어수선한 틈을 타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계란 값 폭탄에 얹혀 휘발유를 비롯해 농축산물, 기타 생필품마저 급등하고 있어 설을 앞두고 물가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황교안 권한대행 중심의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의 물가 콘트롤타워가 아예 마비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9일 농수산물유통공사의 농축산물가격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평소 5천원 안팎에 거래되던 계란 특란(중품) 1판의 소매가격은 지난 6일 기준 8천960원으로 치솟았다.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1판에 1만원짜리 계란도 볼 수 있다. 배추, 양배추, 무 등이 모두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배 이상 올랐고, 감자, 깻잎, 다다기오이, 청피망, 애호박, 메론 등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면, 음료, 아이스크림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 10~20%대의 오름세를 보였으며 한우 갈비와 등심도 평년보다 각각 19.9%, 22.9% 올랐고 미국·호주산 등 수입 소고기도 6~13% 상승했다. 국산 냉장 돼지고기 삼겹살도 평년보다 7.5% 상승했다. 수산물의 경우 갈치, 마른오징어 등이 평년보다 각각 20%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지난 6일 최상목 1차관 주재로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갖고 물가 대응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오는 10일 설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용은 대략 설 성수품 특별공급기간에 주요 성수품을 평상시보다 1.4배 확대 공급한다는 것과 대규모 농축수산물 할인행사, 5만원이하 선물세트 판매 확대 유도 등이다. 이정도로 가능할성싶지 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확률이 크다. 이미 음식업계나 각 가정에서 물가비상이 걸려 다음 주에는 더 큰 파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정부가 갖고 있는 대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의 계란 관세율 인하의 경우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유통업체의 꼼수로 출고가격 인하폭이 관세율 하락분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물가대란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황 부진, AI로 인한 계란가 인상, 남미지역 콩 수급문제 등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물가 콘트롤타워가 사실상 마비된 것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물가 인상에 대한 정부의 행정 지도력이 무력화 된데다 사태가 터지자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해온 게 사실이다. 현재의 상황이 예측가능 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신속한 대책마련을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이 비상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탄핵정국에 가려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하루빨리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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