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옛날 중국에서 발명된 포로의 고문 방법은 이러했다. 우선 포로의 손발을 묶어서 주야로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지는 밑에 놓아둔다. 똑… 똑… 똑…. 한 번도 그칠 사이 없이 머리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마침내 망치소리처럼 들리고…. 포로는 이윽고 정신이 혼돈해진다. 이러한 고문방법이 스페인의 종교재판, 히틀러 치하의 독일 강제 수용소에서 사용되었다.

고민은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과 같다. 끊임없이 똑… 똑… 똑… 하고 물방울이 떨어지면 사람은 미쳐버리고 견디다 못해 마침내 자살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는 일이 있다. 미국의 산업계에 관계하고 있는 의사들의 연합회에서 헤롤드 헤바인 박사는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그가 평균 44세의 임원급 176명을 진찰한 결과에 의하면 그 3분의 1 이상이 이른바 고도의 긴장 생활에서 오는 특유한 현대적 질환, 즉 심장병, 위궤양,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계의 중진들의 3분의 1이 45세가 되기도 전에 이와 같은 질환으로 그 육체를 소모하고 있다는 것은 성공이 얼마나 덧없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전 세계를 모두 내 것으로 한다고 한들 건강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온 세상 것이 전부 내 소유가 된다 하더라도 하루 세끼를 먹으면 되고 잠잘 수 있는 이부자리 한 채면 된다. 이것은 하수구를 파는 인부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며 오히려 이들이 큰 사업가들보다 깊이 잠들 수 있고 식사도 잘할 것이다. 대회사를 꾸려 나가면서 수 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것보다 이름 없는 한적한 시골에서 자연을 벗 삼아 농사짓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담배 제조업자가 캐나다의 숲속을 산책하던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는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61세의 나이로 급사한 것이다. 아마 그는 사업상의 성공과 자신의 수명을 맞바꾸었을 것이다.

의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병원 침대의 절반가량을 신경성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신경도 시체를 해부할 때 정밀한 현미경으로 조사해 보면 대개의 경우 보통 사람들의 신경과 같은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신경의 고장은 신경의 물리적 퇴화(退化)에 의한 것이 아니고 실패, 오뇌, 공포, 패배감, 절망 등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의사가 범하는 최대의 과오는 마음을 치료하려 하지 않고 육체만을 치료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마음과 육체는 하나인 것으로 따로따로 다룰 것이 못된다.”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를 보게 되면 사업실패, 인간풍파 등으로 괴로움과 가슴앓이로 또는 암 판정을 받고 병고에 시달리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산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 살다보니 마음도 몸도 어찌 편하지 않겠는가. 항상 욕심을 버리고 성냄도 버리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니 어찌 나에게 독(毒)이 있겠으며 어찌 즐겁지 않겠으며 어찌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마음이 즐거우면 몸도 즐거워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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