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당(唐)나라 태종 무렵, 위고(韋固)라는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 세상 견문을 넓히려 여행을 떠났다. 하루는 하남성 도심인 송성(宋城)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해가 져서 주막에 들어가는 중에, 길모퉁이에 노인 한 분이 환한 달빛 아래 자루를 옆에 끼고 앉아 두툼한 책을 뒤적거리는 것을 보게 되었다. 위고는 호기심이 생겼다.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은 어떤 책입니까?”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이 세상 사람들의 혼인에 관한 책이라네. 여기 적혀 있는 남녀 이름을 이 빨간 노끈으로 한번 매놓기만 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든, 원수지간이든 상관없이 반드시 맺어지게 되어 있지.”

그 순간 귀가 솔깃해진 위고가 성급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저한테 시집 올 여자는 과연 어디 있는지 한번 봐 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이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힌 책장을 여러 장 넘기더니 어느 이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허허, 마침 이곳 송성에 있네. 저기 성 북쪽 저잣거리의 채소장수인 진(陳)씨 여인네가 키우고 있는 세 살짜리 계집애가 바로 자네 배필일세.”

그 말을 듣자 위고는 너무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한 귀로 흘려버리고 그냥 주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위고는 상주(相州)에서 하급벼슬을 하고 있었다. 맡은 바 일에 아주 성실한 관원이었다. 마침 고을 태수가 딸을 시집보낼 양으로 젊은 관원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노총각인 위고가 눈에 딱 들어왔다. 주변 사람들이 그의 사람됨을 두루 칭찬하자 태수는 위고에게 사위 삼겠다고 제의했다. 위고는 나이도 있고 해서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태수의 딸이라는 말에 장래를 위해서도 행운이라고 여겨 바로 승낙하며 넓죽 절을 올렸다.

위고가 태수의 딸을 만나보니 나이는 17살에 아주 미모가 뛰어난 여자였다. 서둘러 결혼을 하였다. 첫날밤 부부의 정을 나눈 후 서로의 신상 이야기를 하는 중에 신부가 겸연쩍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사실 저는 태수님의 친딸이 아니라 양녀이옵니다. 친아버님께서 송성에서 벼슬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때 집안이 몰락하면서 저는 진씨 유모에게 맡겨졌습니다. 그 유모가 성 북쪽 저잣거리에서 채소 장사를 하며 저를 키웠습니다. 이후 아버님 친구 분이신 태수님께 입양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답니다.”

위고는 그 순간 오래 전 송성에서 만난 노인을 떠올리며 크게 감탄하였다. 이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여겨 평생토록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였다. 이는 ‘속유괴록(續幽怪錄)’에 있는 이야기이다.

월하노인(月下老人)이란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쟁이를 뜻한다. 요즘은 노총각 노처녀가 넘쳐나는 시절이다. 그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니 인구가 나날이 줄고 있다. 인구는 국력이며 나라의 토대이다. 결혼을 하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나라가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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