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이 5일로 시행 100일을 맞았다. 시행을 앞두고 서민경기 침체를 우려하거나 법률 적용범위 및 금품제공 액수 등을 놓고 수많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일단 법 시행에 들어간 후 100일이라는 시간과 함께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실제 음식과 술 등을 통한 접대문화가 많이 사라져 공직사회는 물론 일반 회사원들도 저녁 퇴근 시간이 단축됐다는 평가다. 반면 소비위축으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 등 반쪽짜리 미완성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향후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후 곧바로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인해 김영란법 추진을 강하게 밀어부치던 무렵 박근혜대통령이 한쪽에서는 비선실세와 함께 대기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중적인 민낯이 드러났다.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라고 독려하면서 반대로 본인이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일부에서 서민경기 악화를 우려해 식사 및 선물 접대 액수를 3만원이니, 5만원이니 선을 긋고 있는 동안 대통령은 대기업에 수백억원 대의 대가성 출연을 요구하는 압박이 행해졌다는 정황이다. 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국민들로서 심한 자괴감이 드는 대목이다.

이처럼 국정은 어수선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민들은 스스로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일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권익위원회는 법 시행 후 학교 선생님에게 주는 촌지나 제약회사들이 대학병원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도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 등 비선실세의 부정부패와 함께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구속 기소된 최유정 변호사에게 법원이 5일 중형을 선고했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법조인들 중 홍만표 변호사에 이어 두 번째 선고다.

재판부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전관 출신으로서 사적 연고관계 및 친분 관계를 이용해 집행유예, 보석, 또는 처벌을 가볍게 한다는 등 명목으로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전 대표로부터 총 50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최 변호사는 조세질서를 어지럽히고 그로 인한 부담을 일반 국민들에게 떠넘겨 조세 정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고위 권력층의 부정부패로 인해 법치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렸고 형사 절차의 공정성 및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무너져버렸다.

말단 공직자들이 3만원의 식사도 대접받지 못하는 김영란법과 비교하면 감히 비교조차 되지 않는 범죄들이다. 내수경기 등 서민경제에 타격을 주면서까지 많은 국민들이 감수하며 받아들이고 있는 김영란법이 애꿎은 서민들만 타격을 주고 최 변호사와 같은 ‘큰 도둑’들에게는 빗겨가는 일이 없도록 제도보완과 철저한 정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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