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유기 사건이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청주에서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버린 20대 여성과 출산 후 아이가 숨지자 8일간 방치한 10대 여고생이 경찰에 입건돼 충격을 줬다.

20대 여성은 지난 4년간 세 차례 출산하면서 그 때마다 아이를 병원에 버리고 달아났다. 2013년과 2014년 전북 익산과 전주에서 이 같은 짓을 저질러 영아 유기 혐의로 처벌도 받았다. 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직업이 없고 병원비가 부족해 아이를 두고 도망쳤다”고 밝혔다.

10대 여고생은 임신 사실을 부모 등 주변에 알리지 않고 홀로 출산한 뒤 아이가 숨지자 사체를 유기하는 범죄로까지 이어졌다. 이 여고생은 “아이를 낳았는데 숨져 무서워서 신고를 미뤘다”고 진술했다.

영아 유기는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지난해 9월에는 병원에서 미숙아를 출산한 뒤 신생아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아이를 두고 달아난 혐의로 20대 미혼모가 입건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출산한 아이 3명을 연달아 유기한 미혼모에게 1년 6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역시 20대인 이 미혼모는 2013년 부산에서, 2014년 수원에서, 지난해 대구에서 출산한 병원에 아이를 남겨두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영아 유기 사건은 2011∼2015년 608건에 달한다. 지난해는 109건(잠정)이 발생해 31명이 검거됐다.

영아 유기는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뒷감당을 하지 못하는 10∼20대 미혼모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아이의 탄생은 부모에게 축복임과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을 지운다. 특히 갓난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항시 대기 상태로 만든다.

아이 아버지나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미혼 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아이가 건강하지 못하고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그것도 어린 10대라면 영아를 유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냉대와 편견이 그들을 낙오자의 삶으로 떠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혼모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때의 실수로 미혼모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방관해서도 안될 엄연한 현실이다. 미혼모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안심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보호시설 확충이 절실하다. 그들이 아픔을 딛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홀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다각적인 사회 안전망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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