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아주 오랜 옛날 기주 남쪽, 하양 북쪽에 태항산과 왕옥산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이 있었다. 산세가 각각 둘레가 7백 리나 되고,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높고 험한 산이었다. 그 앞에 자그마한 북산 마을에 나이가 아흔에 가까운 우공(愚公)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한번 마을을 벗어나 외출하려면 이 두 산이 앞을 막고 있어 아주 멀리 돌아서 다녀야 했다. 노인은 그것이 몹시 불편하여 두 산을 옮기기로 작정했다. 어느 날 가족들을 모두 불러 상의하였다.

“산 때문에 밖을 나가기가 힘들구나. 저 두 산을 평평하게 만들어 예주 남쪽으로 길을 내면 한수 남쪽까지 힘들지 않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모두 힘을 다해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하냐?”

가족 모두가 찬성을 했다. 하지만 우공의 아내만은 반대를 했다.

“늙은 당신 힘으로는 저 작은 언덕도 허물 수가 없을 텐데, 어찌 저 큰 산을 옮긴다고 하십니까? 더구나 허물고 나서 그 흙과 돌은 어디로 치운단 말입니까?”

그러자 가족들이 우공을 두둔하며 대답했다.

“멀리 발해 구석이나 은토 북쪽에다 버리면 되요.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다음날부터 우공은 아들과 손자들을 거느리고 산을 허물기 시작했다. 돌을 깨고 흙을 파서 그것을 삼태기와 거적에 담았다. 그리고 그 짐을 지고 멀리 발해까지 운반했다. 우공의 이웃에 과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여덟 살 되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이 아이가 우공의 산 옮기는 일을 열심히 도왔다. 그러나 일 년에 두 번 작은 양의 흙과 돌을 발해에 버리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러자 아랫마을에 사는 지수(智?)라는 영감이 이 소식을 듣고 그만 어이가 없어 말리려 나섰다.

“우공 이 사람아, 자네는 어쩌면 그렇게도 어리석은가. 늙은 자네 힘으로는 풀 한 포기도 제대로 뜯지 못할 터인데, 그 산을 어찌 옮긴단 말인가?”

그러자 흙을 캐고 있던 우공이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답했다.

“자네는 지혜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토록 소견이 좁을 줄 몰랐네. 어째 저 과부의 어린 아들만도 못하는가. 산을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걸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내가 죽더라도 자식이 있지 않은가? 그 자식에 손자가 생기고, 그 손자에 또 자식이 생기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람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그 끝이 없지만, 저 산은 결코 불어나는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해질 것이 아니겠는가.”

지수 영감은 그만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태항산의 산신령이 우연히 이 대화를 듣게 되었다. 산을 허무는 인간의 노력이 끝없이 계속될까 터럭 겁이 났다. 그래서 서둘러 옥황상제에게 이를 말려 달라고 호소하였다. 옥황상제가 우공의 끈기와 정성에 감동하여 두 산을 삭동과 옹남으로 옮겨주었다. 그러자 기주 남쪽에서 한수 남쪽에 이르기까지 평평해졌다.

이는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우직하게 꾸준히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반드시 성공을 이룬다는 의미로 쓰인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 모두가 한 가지만 결심하고, 그 한 가지에 매진하여 소원성취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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