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요놈들아! 불알에 종소리 나게 서둘러! 그 지랄로 느적거리다 없는 손자 환갑 돌아오것다.”

나루터에서 막일하는 담꾼이나 별다를 것도 없는 춘배가 거들먹거리며 선주처럼 행세했다. 춘배는 경강선을 따라다니는 거추꾼이었다. 배에서 잡일이나 거드는 거추꾼 주제에 남 등골 빼는 데는 이골 난 춘배가 뱁새눈깔을 희번덕거리며 곡물 섬을 배에 싣는 담꾼들을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우리 같은 막벌이꾼은 손이 여나무 개라도 달린 줄 아슈?”

“요놈아! 손에 쥔 것도 없는게 손모가지라도 재게 놀려야 목구녕에 곡기라도 들어가지, 니깟 것들이 몸뚱아리 말고 뭘 믿을 게 있어.”

춘배가 대거리하는 담꾼에게 퉁망을 주었다.

“한량은 뒈져도 기생집 담벼락을 베고 뒈진다더니, 누가 머슴 놈 아니랄까봐 일 부려먹는 데는 도가 텄당께.”

“원래 며느리 자라 시어미 된다잖여?”

담꾼 둘이 춘배 눈치를 살피며 속닥거렸다.

“쓰잘 데  주둥이 놀리덜 말고 서둘러! 뱃고사 올리기 전에 끝내지 못하면 선주님 불호령이 떨어질테니.”

춘배는 몸이 달아 똥 묻은 개 쫓듯 담꾼들을 몰아치는 데, 곡물을 배로 옮기는 담꾼들은 서두르려는 기색조차 없다. 때마침 황소처럼 우둔하게 생긴 담꾼이 곡물 섬을 어깨에 둘러멘 채 거친 숨소리를 내며 가파른 널다리를 타고 뱃전으로 올라왔다. 사내는 무거운 곡식 섬이 힘에 부치는지 거북이걸음을 했다.

“등치는 산만해가지고 허깨비구먼. 요놈아! 불호령 맞기 전에 빨랑빨랑 움직여!”

숨이 턱까지 차올라 헐떡이는 사내를 향해 춘배가 때까치처럼 쏘아부쳤다.

“불호령이구 나발이구, 워째 자꾸 들들 볶는 거여?”

사내가 거친 숨을 참아가며 말했다.

땟국에 절어 후줄근해진 사내의 저고리 등짝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토끼꽁지처럼 짤름한 옷고름이 풀려 반쯤 드러난 앞가슴이 땀에 젖어 번들번들했다.

“그만 둘려?”

춘배가 야비한 표정으로 빈정거리며 사내 속을 뒤집었다.

“호달궈도 어지간해야지, 원 정신을 차릴 수 있어야지…….”

사내가 춘배의 시선을 피하며 혼잣말처럼 응얼거렸다.

“싫으면 관둬! 요새처럼 일 없을 땐 바닥에 널린 게 일꾼여.”

“…….”

사내가 춘배 말을 못 들은 척 말없이 뱃머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배알 꼴리냐?”

춘배가 사내의 꽁무니를 뒤쫓으며 비위를 건드렸다.

“어이구-, 새끼덜만 아니면…….”

사내의 얼굴에서 분을 삭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왜? 그만 둘려?”

다시금 춘배가 얄미운 낯짝을 들이대며 사내의 염장을 질렀다.

“그려, 뱁새 새끼야! 드러워서 관둔다! ”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춘배에게 대거리를 했다.

“목구녕으로 곡기라도 넘기려면 승질 죽여!”

“니놈이나 욕지기나는 밥, 배지 터지게 처먹거라!”

사내가 들쳐 메고 있던 곡물 섬을 뱃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뱃머리가 출렁했다. 그리고는 춘배 면전에 종주먹을 흔들어대며 을러댔다.

“요 쥐새끼 같은 놈!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게…….”

“아니 이놈이! 감히 어디다 대고 ?”

생각지도 못한 사내의 대거리에 춘배가 당황하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어디긴 어디여? 니놈 눈깔 앞이지!”

사내가 또다시 춘배의 코앞에 종주먹을 들여대며 비아냥거렸다.

“니놈이 목구녕에 거미줄 치려고 작정했구만!”

“그래, 이놈아! 드럽게 니놈 눈치 보느니, 차라리 배지를 곯는 게 더 속 편하겄다!”

사내가 부르르 뱃전을 넘어 선창으로 내려갔다.

“너 같은 놈은 지집 새끼 굶겨쥑일 놈이여!”

춘배가 선창으로 내려가는 사내의 뒤통수에다 대고 소리쳤다. 순간 사내가 뒤돌아서며 뱃전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춘배를 향해 쑥떡을 한사발 먹였다.

“아니? 저 놈의 새끼가!”

춘배가 분을 참지 못해 팔팔 뛰었다.

“우헤헤헤!”

“으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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