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영국의 명문고 이튼 칼리지는 현재 영국사회가 지켜온 보수 민주주의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튼 칼리지는 현재까지 19명의 영국 총리를 탄생시켰고 영국 보수당원들 대부분이 이 학교를 졸업해 보수당의 역사와 함께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이튼 칼리지가 영국 보수세력의 중심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영국이 세계대전에 참가했을 때 학생 대부분이 전쟁터로 나가 1차, 2차 대전에서 무려 2천명이 전사했으며 영국사회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늘 앞장서 시민들의 귀감이 돼 왔다. 이튼 칼리지에는 약자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시민을 위해 자신만 잘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이웃과 나라가 어려울 때 제일먼저 솔선수범하는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목표가 정치판으로 옮겨지면서 영국 보수당의 가치가 됐다.

최근 새누리당이 분당되면서 기존의 친박 중심의 새누리당이나 비박으로 일컬어지는 탈당파 개혁보수신당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구호가 ‘보수’라는 단어다. 보수의 가치, 진자보수 가짜보수, 중도보수 등 보수라는 단어를 등에 업고 온갖 보수를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박정희정권시절부터 이어진 새누리당의 역사를 반추하면, 그들이 말하는 보수란 친일·재벌세력 일색으로 그에 반대되는 세력들에 대해 무조건 종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로 대변된다. 우리사회를 좌파와 우파로 나누며 갈등을 부채질해 왔고 호남과 영남으로 지역을 양분하는 등 골수 기득권층을 공고히 해 왔다. 우리나라의 보수를 철저하게 왜곡해온 것이다. 엇나간 보수 정치인들이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를 잉태했고 급기야 시민촛불혁명의 불씨를 당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새누리당이 감히 보수의 가치를 말하고 정의로운 보수, 진짜보수를 운운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은 아직도 보수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앞서 영국의 사례를 언급한 것처럼 진정한 보수의 출발은 나보다 이웃, 사회,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특히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인이라면 무엇보다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 

일련의 새누리당, 친박 비박들의 행보를 보면 이토록 국가를 혼란스럽게 해놓고 누구도 앞장서 책임지겠다는 의원들이 없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움켜쥐고 있는 친박들이나 이를 박차고 나간 비박들의 관심은 오직 차기 대선과 자신들의 다음 총선에만 혈안이 돼 있다. 진정한 보수세력이 되기를 원한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차원에서 적어도 차기 대선은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나아가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도 고려해야 한다.

하물며 충청지역의 새누리당 경대수·박덕흠·이종배 의원 등은 미국까지 찾아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면담할 만큼 오직 집권에만 욕심내고 있다. 새누리당이 진정 보수이기를 바란다면 국민의 뜻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적어도 국정농단 사태가 정리돼 국가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겸손하게 고개 숙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반 총장 방문은 ‘책임’은 버리고 오직 자신들의 재집권에 대한 집착만 있는 오만한 처신으로 보인다. 거듭 자중자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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