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정신건강 10대 뉴스 선정
“신뢰 무너뜨린 거짓말 탓”…혼밥혼술·복면가왕도 큰 영향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이 정신과 의사들이 꼽은 올해의 10대 사회정신건강 뉴스에도 등장했다.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0여명의 의견을 토대로 올해 국민 정신건강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거나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 10개를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다. 사건과 관계된 인물들의 거짓말이 사회신뢰를 무너뜨리고 국민에게 좌절감과 분노를 안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석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거짓말은 우리 몸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기술로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거짓말은 타인을 향한 의심을 키워 사회신뢰를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역시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마음속 깊이 정치 지도자, 특히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믿음이 깨지는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거짓말이 없는 사회를 꿈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회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공동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인간은 타인에게 신뢰받기를 원하지만, 거짓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라며 “순수할 것 같은 어린아이도 거짓말을 한다고 알려졌는데 거짓말에 대한 의심보다는 거짓말로 인해 타인이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 공감할 줄 아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촛불집회처럼 주위 사람들과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도 불안감과 좌절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심각한 사회 정신건강 위협을 극복하고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10대 뉴스에는 과거와 달라진 국민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건들도 소개됐다. 혼자 밥과 술을 먹는다는 표현인 ‘혼밥·혼술’이 대표적이다.

이효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혼밥·혼술은 관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스로 만든 작은 쉼터 같은 것”이라며 “그동안 맹목적으로 관계 맺음을 강조하던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가면을 쓴 도전자의 노래 대결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의 인기 역시 달라진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외에도 10대 뉴스에는 정신질환 환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인식 개선을 촉구시킨 ‘강남역 살인사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킨 ‘알파고 쇼크’, 불안이라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긴 ‘지진공포’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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