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9차 범국민행동이 열린 24일 서울 광화문광장 자유토론장에서 한 중학생이 어른들 못지않은 정치적 혜안이 담긴 발언을 해 인터넷에 화제가 됐다. 중학교 2학년 오정태라고 이름을 밝힌 학생은 국회에서 진행된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터무니없이 거짓말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공분을 느껴 자유발언을 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날 학생의 발언을 정리해보면 2017년 대선에서는 국민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여주는 정권이 들어서 하루빨리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에서 출마하는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경우 가뜩이나 흙탕물 같은 정치판에 등장해 여기저기 간을 보며 물을 더 흐려놓는 것 보다는 유엔총장 출신으로서 퇴직 후 스스로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학생의 발언을 듣고 있던 어른들은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지만 결코 나이 어린 학생의 주장으로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현 사태를 정확하게 분석했고 ‘대다수 국민의 뜻이 반영된 정부의 탄생’이라는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 칭찬해야 할 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우리사회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주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것은 정치에 무관심 했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정치를 지향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중학생조차 현 사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필요했던 중요한 긍정적인 요소다. 이로써 국민에 의한,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치에 입문하거나 현재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국민에 의한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반듯이 거칠 수밖에 없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반 총장의 임기가 이번 주로 마무리된다. 대한민국이 언제 다시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할 수 있을지 먼 얘기다. 유엔총장을 배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품격이 올라가는 일이고 국민 입장에서도 명예로운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반 총장을 대선 유력주자로 지지하고 있지만 이전에 반듯이 거쳐야할 통과의례가 있음은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다. 그것은 국민에 의한, 혹은 정치권에 의한 철저한 검증과정이다. 과연 반 총장이 이 검증과정을 아무 문제없이 잘 치러내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이 된다면 우려할 일이 없다.

문제는 검증절차에서 그동안 쌓은 국격을 훼손하고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23만 달러 수수설’과 관련해 2009년 3월 검찰 수사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서면 및 구두 진술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아들 우현씨가 SK텔레콤 뉴욕 사무소에 특혜를 얻어 취직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조카 반주현씨의 사기 사건에도 반 총장이 여러 번 등장했으며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뒤 자살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과의 관계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바 있다.

반 총장은 귀국 후 여러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 이런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검증돼야 대다수 국민들이 대선후보자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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