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돼 피해가 커지면서 겨울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여기에 겨울답지 않은 높은 기온에 비까지 자주 내리면서 얼음 관련 축제들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3일 영하권을 보이다가 다시 포근해지곤 하는 날씨는 지난 겨울에도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축제를 무력화시킨 바 있다.

겨울철마다 되풀이되는 AI와 구제역 등의 가축질병으로 축산농가의 애로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겨울 AI는 사상 최악의 사태로 번지고 있다. 지난 24일 누계 닭·오리 살처분 2천343만1천수, 살처분 예정 226만수 등 가금사육 기반에 문제될 정도다.

AI 유입 차단을 위해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충청권도 청주시 ‘새해맞이 희망축제’를 비롯해 천안시, 아산시 등 거의 모든 시·군이 해돋이 행사를 백지화했다. 얼음축제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은 올해 겨울문화축제 개장을 포기했다. 1㎞ 남짓 떨어진 양계장에서 AI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 앞 대청호는 중부권 최대 빙어 낚시터로 주목받지만 지난 겨울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축제를 열지 못했다.

영동군은 더욱 답답하다. 수억원을 들여 설치해 놓은 빙벽장을 4년째 놀리게 생겼다. 최근 따뜻한 날씨로 빙벽 조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설사 얼음을 얼린다 해도 AI나 구제역이 걸림돌로 작용할 게 우려되자 아예 운영을 포기한 것이다. 이 바람에 내년 1월에 개최 예정이던 ‘충북도지사배 국제빙벽대회’도 무산됐다. 이곳 빙벽장은 2014년 결빙강도가 약해 개장일이 당초 예정보다 열흘 이상 지연됐고, 2011년과 2015년에는 얼음을 잘 얼려놓고도 구제역으로 손님 한 명 받지 못했다. 올해 초에는 빙벽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폐쇄됐다.

일부 지자체는 AI에 이어 구제역이 오지 않을까 방역에 초비상을 걸어둔 상태다. 구제역은 올해 초 전국적으로 21건이 발생해 살처분 3만3천여마리로 그나마 일단락된 바 있지만 추운 겨울동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농촌 지자체가 너도 나도 ‘겨울 이벤트’를 여는 이유는 지역 경제에 조그만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서다. 그러나 포근한 날씨와 가축질병이 번갈아가면서 겨울축제의 발목을 잡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가축질병이야 대비 여하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다지만 기후는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0.9도 높았으며, 내년 1∼3월도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젠 겨울축제도 기후변화에 맞춰 방향 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 나날이 변해가는 기후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반영해 겨울철 관광정책과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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