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청주 서원구 사직1동 주무관

오늘 새벽 잠이 일찍 깨어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던 중 강원도 정선 산골의 외딴 집에서 살아가는 70대 노인 부부의 일생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77세의 동갑내기 부부의 이야기인데, 결혼 전 처음 본 할아버지의 얼굴이 너무 초라하고 불쌍해 보여 ‘저 사람을 보살펴 줘야겠다’는 생각에 재산이라고는 무일푼인 남자와 결혼을 했고, 강원도 정선이라는 아주 오지의 외딴집에서 살게 됐는데 할아버지는 결혼 3년째부터 늑막염을 앓아 힘든 일을 못하고 할머니 혼자 6남매를 키워야 했다는 얘기다.

오로지 자녀들과 이 아픈 남편을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으며, 55년간 아픈 남편의 병간호와 자녀교육, 살림을 위해 연약한 여자 몸으로 일을 하다보니 척추의 연골이 다 닳아 빠져나가고 신경이 눌려 통증 속에 살면서도 진료조차 할 수 없어 결국은 허리를 펴지 못하는 꼬부랑 할머니가 돼 버렸다.

결국 방송사에서 할머니를 치료해 주기 위해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현대의학의 최고라 하는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된 허리는 참으로 보기 민망할 정도의 상태였다.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가기 전 할머니의 집에서 함께 고추를 다듬던 진행자인 탤런트 박정수씨가 할머니에게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살다보면 도망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불쌍해보여 선택한 사람이고 아이들이 있어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은 할 겨를도 없었다”며 진행자를 무안하게 했다.

그러나 “이 사람하고의 결혼은 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대답을 예측하고 이어진 진행자의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아이들과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대답에 진행자는 물론이거니와 나 자신도 둔기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는 “내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 봤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모진 고생을 해 본 만큼 그런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런다”며 살짝 웃는 주름진 얼굴이 그렇게 곱고 아름다울 수 없었다.

물론 전 의료진의 노력과 할머니의 집념으로 병원치료가 잘되어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고 두 분이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게 됐다는 프로였다.

TV를 보면서 새벽에 진행자와 필자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할머니의 아픈 남편에 대한 사랑과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한 엄마로서 자신의 모든 걸 바치고 헌신하며 ‘세상에 감사’하는 할머니의 긍정적인 마음과 행동이었다. 요즘 언론매체마다 몇 사람이 사욕을 부리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행위에 대한 보도로 모든 국민이 자괴감에 빠져 타인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 할머니처럼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반추하여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에 남을 원망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현 세태에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정치인은 나라의 살림을 맡아 온 국민이 보다 더 행복하고 잘 살도록 하기 위해 사욕을 버려야 하며, 종교인은 피안의 세계를 찾는 일반 국민에게 불경이나 성경 등 경전에 실린 성현의 말씀이나 행적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성현의 말씀을 따르도록 하여 안식과 희망을 실어 줄 수 있도록 경전과 사회현상에 대하여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가 먼저 성현의 말씀을 따르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오늘 새벽에 방송으로 만난 할머니처럼 오로지 헌신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아닌 남을 생각하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만들어 갈 때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서 보았던 평안과 여유로움이 온 국민의 가슴에 간직돼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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