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놓고 지방의회와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민간인 공무국외여행(해외연수) 지원을 대폭 줄이는 추세여서 관심을 끈다. 민간인 공무국외여행이란 지역 이장이나 농업인단체, 사회단체 회원들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해외 선진지를 견학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는 지자체에서 편성해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감사원이 이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경고하자 각 지자체가 자율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지적대로 민간인 공무국외여행 경비지원이 당초 취지보다는 특정 민간인을 대상으로 선심성, 시혜성으로 운용되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표를 먹고 사는 자치단체장들의 특성상 유지급 사회단체의 지원 요구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원 근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말로만 해외연수지 관광일정이 대부분인 민간인 국외여행에 보조금을 남발하는 것은 분명한 제동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불거진 충남 공주시의 민간단체 해외연수 편법지원 논란은 조례 제·개정을 통해 합법을 가장한 선심성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주시는 지난 6월 시민단체 해외연수 지원을 위해 ‘시민단체의 공익활동 지원조례’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4천만원의 예산을 보조해 민간인 40명을 일본으로 연수를 보냈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가 “시장이 다음 선거 준비를 위한 생색내기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며 반발해 시끄러운 상태다.

충북 영동군은 사회복지사의 해외연수 비용을 지원하려다 무산됐다. 영동군은 이달 초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이 개정 조례안에는 사회복지사의 복지 선진국 우수 사례 벤치마킹 등 국내·외 연수비 지원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교육비 지원사업 대상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영동군의회가 선심성 혈세 지원,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등을 들어 조례 개정안을 부결하면서 일단은 보류됐다.

국제화 시대에 해외연수는 선진국의 독특하고 앞선 시스템 등을 한수 배운다는 점에서 권장할만한 일이다. 벤치마킹한 사업이나 시책 등으로 지역주민의 삶이 나아진다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다만 언제부터인지 외유성 또는 편법 해외연수가 도를 넘고 있다. 상당수 해외연수는 본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일반 관광이나 다름없어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허탈감만 키운다. 이제 이런 낭비성 해외연수는 정리돼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자체 공무원의 월급 주기도 빠듯한 지자체가 부지기수다. 민간인 해외연수가 찢어지게 가난한 재정은 안중에도 없는 몰염치한 자치단체장의 선거용으로 둔갑돼서는 곤란하다. 지자체는 관련 조례나 예산의 손질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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