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팔만대장경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불교에 관한 책은 정말 바다와 같이 많고 수레에 실을 수도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러면 불교에 처음 입문한 수행자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질문이 중요합니다. 학자나 대중이 아니라 수행자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습니다. 실천을 통해서 불교에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말합니다. 이에 대한 답이 바로 ‘선가귀감’입니다.

조선시대는 불교 탄압이 극에 이른 시절이었습니다. 중을 조선사회를 구성하는 여덟가지 천민 계급으로 분류했습니다. 사노비, 중,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工匠)이 8천입니다. 불교의 위치가 조선에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지도자들은 불교가 유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려고 했습니다. 내용면에서도 그렇고 세상을 보는 면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그럼으로써 불교의 지위를 높이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불교지도자인 서산대사는 이런 의도로 책을 씁니다. 유불선 세 종교가 길은 다르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같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 책의 이름이 ‘삼가귀감’입니다. 선가, 유가, 도가의 해설 책을 합친 이름이죠. ‘선가귀감’은 이 삼가귀감에서 불교만 따로 독립시킨 책입니다.

이 책은 대중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불교에 막 입문한 수행자를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역대 불교의 이론 가운데서 수행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뽑고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수행 방법이라든가 자세를 설명했습니다. 참선할 때의 올바른 자세를 자세하게 설명한 것도 이 책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불교 전체의 사상을 아주 잘 요약한 까닭에 입문자만이 아니라 오랜 수행자들도 늘 곁에 두고 참고하는 책이 됐습니다. 불교를 처음 이해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워낙 쓰임이 많은 책이기 때문에 번역본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번역본 중에서 가장 자세하고 정확하게 번역된 것은 법정 스님의 번역본입니다. 제목까지 ‘깨달음의 거울’이라고 바꾸었습니다. 아주 쉽게 바꾸어준 것이죠.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이는 제목입니다.

이런 책을 소개할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수행에 관한 책입니다.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정말 위험한 책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몸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머리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몸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큰 착오를 일으킵니다.

불교 수행의 경우, 자칫하면 주화입마에 들어 몸과 마음을 망치는 무서운 결과에 이릅니다. 대부분 아는 게 병이 되는 것이 이런 종류의 지식입니다. 그러니 이런 소개를 하면서도 제 마음이 불안 또 불안한 것은 책을 소개하는 마당이기에 실천을 논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여러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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