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3차에 이은 4차 청문회는 말 그대로 ‘판도라의 상자’다. 14일 3차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대통령 피멍, 필러 시술’을 이끌어 냈으며, JTBC 태블릿 보도 이후 지인을 통해 ‘작전’을 지시한 음성파일을 공개해 처음으로 최순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어 15일 4차 청문회에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이후 세계일보가 갖고 있다던 ‘핵폭탄’ 중 일부를 전격 공개했다. 조 전 사장이 공개한 것은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최성준 법원장 등 사법부 간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의혹 문건이다. 양 대법원장의 경우 등산이나 일상생활 내용들이 담겨 있었으며 최 법원장은 관용차 사적사용이라든지,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이라든지를 포함한 내용이다. 조 전 사장은 이 같은 문건으로 보아 “부장판사 이상의 사법부 모든 간부를 사찰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채동욱검찰총장을 개인 사찰해 언론에 정보를 흘렸고 그로 인해 자진사퇴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은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당시 법무부장관을 맞고 있던 황교안 권한대행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원 등이 연대해 채 총장을 밀어냈다고 주장한바 있다.

문건이 실제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채 총장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법관 등 주요 요직의 인물들을 사찰해 왔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국조위에서 제기된 문건이지만 특검에 포함시켜 함께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이번 정부에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등 민간인은 물론이고 고위공직자 사찰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이는 박정희 유신정권에 널리 사용되었던 통치 방법으로 우리 민주주의를 수십 년 뒤로 후퇴시키는 일이다. 국가와 국민을 감시라는 틀 안에 가둬 두고 조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공안정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조 전 사장의 폭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모든 게 제대로 밝혀졌다면 박근혜 정부는 좀 더 일찍 막을 내렸을 수도 있다. 조 전 사장을 자진 사퇴하게 만들며 세계일보 등 언론을 통제하고 사정당국은 청와대 편에서 사실을 은폐해줬다. 그 결과가 현재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게 했다고 봐야 한다. 개인 불법사찰은 엄연한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명백한 국기문란이다. 언론을 통제하고 사법부를 쥐락펴락 하기 위한 불법사찰을 멈춰야 한다. 특검은 문건의 의혹을 분명히 밝히고 다시는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숨은 권력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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