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 탄핵 가결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정을 총괄하는 과정에서 ‘역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 대행이 여러 가지 현안들을 관장하는 과정에서 서민경제의 위기라는 상황인식에 따라 유일호경제부총리 유임에 대해서는 야 3당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국민적 반대 여론이 강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결정이나 사드배치, 한일군사정보협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차기 정부에 위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황 대행에 대해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야3당은 물론이고 자칫 국민들이 황 대행마저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4일 황 대행의 행보에 노골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이 같은 공세를 야당 탓으로 볼 수 없는 것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정 의장이 야3당의 ‘여야정 협의체’구성을 제안하며 이를 받아들이라고 주문했지만 황 대행은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국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은 말로 즉답을 피했다. 국회가 주장하는 ‘여야정 협의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특히 오는 20일과 21일로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요구에 대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박 대통령만큼이나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황 대행의 국회출석 문제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고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한 국회의 합의사항이라는 점에서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황 대행의 행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황 대행의 이 같은 행보로 인해 교육부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채택과정도 국민의 여론을 참고하겠다던 교육부가 다시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강경추진으로 몰고 가고 있다. 수시로 변하고 있다 .교육부가 청와대 눈치를 봤던 것처럼 이번에는 황 대행의 눈치를 보고 있거나 황 대행의 의지가 담긴 결정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황 대행 체제는 단기 과도관리체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황 총리는 대통령 탄핵 가결과 함께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을 받은 상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정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국민적 합의가 반영되지 않은 사드배치 등은 재 검토돼야할 중요 현안이다. 대통령에 대한 특검조사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끝난 후 차기 정부에서 다뤄져야할 부분이다.

탄핵 대상이 된 대통령을 잠시 대행하는 황 대행은 더 이상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민생과 경제위기, 국가 안보 등에 관해 가장 기본적인 역할만 수행하기 바란다. 자칫 제한된 역할을 넘어 지나치게 앞서갈 경우 더 큰 정국 혼란이 야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폭을 좀 더 신중하게 자중자애(自重自愛)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뜻을 엄중하게 잘 받들고 국정 전반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국회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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