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아들, 딸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오래된 옛 이야기다. 추운겨울 어느 날 처남 집에서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왔다. 강아지를 제일먼저 본 둘째딸이 ‘해피, 해피’하면서 이름을 붙여주었고, 라면박스를 오려서 그 집을 마련한 것은 막내아들이었다.

강아지는 예뻐서 하얀 윤이 나는 털에 양쪽 귀에 검은 점이 있어 토끼 같고 바둑이 같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강아지를 안고 놀며 즐거워했다. 날이 추워 방안에서 길렀던 ‘해피’는 보잘것 없는 라면상자 집에서 나와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방바닥을 ‘탁’하고 치면 쏜살같이 제집으로 들어가는 민첩한 행동이 재미있어 자꾸 되풀이하며 웃으며 즐기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족 누구라도 밖에서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달라붙는 애교에 온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됐다. ‘해피’도 봄맞이 제집을 새로 만들어 뜰 앞에 내놓았다. 이제는 낯선 사람이 오면 날카로운 목소리로 짖어대는 것을 보니 제법 성숙해졌다. 이제는 우리가족의 일원으로 떨어질 수없는 인연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해피’가 목줄에 매어 사는 것이 가엽다 여겨 아내는 목줄을 글러놓는 순간 강아지는 대문 밑으로 쏜살같이 빠져 나갔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해피는 우리 가족들의 애틋한 사랑을 뒤로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온가족이 ‘해피’를 소리높이 부르며 온 동리를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 “개장수가 찍어간 것 아니야?” 큰아들이 말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둘째 딸은 고만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요즘 ‘강아지를 찾습니다’, ‘사례하겠습니다’ 라고 거리에 써 붙인 것을 보면 강아지를 잃은 주인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가끔 체육공원을 가보면 앞 못 보는 사람이 개 목줄을 잡고 따라가는 것을 보고, 또 목줄을 잡고 걷고 뛰기까지 하는 사람을 보면 애견은 장애인에게도 사람의 건강을 위한 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동물이라 생각했다.

홀로 사는 노인이 4사람 중 한 사람이라는 통계가 있다. 최근 40~50대 장년층에도 홀로 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애견은 외로운 사람에게 소중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 그래서 고독을 달래줄 반려(伴侶)동물(動物)을 찾는 노인이 늘고 있다.

치매환자가 애완견과 함께 생활하면 개와의 접촉을 통해서 치료효과가 있다는 실험연구가 발표된바 있다. 만지고 달라붙는 애교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뇌 건강이 좋아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애완(愛玩) 동물이라 부르던 말이 이제는 나와 함께하는 동반자로 대우한다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란 표현이 대중화 되고 있다.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애견이 도망간 해피의 안타까운 사랑을 넘어 반려동물을 삶을 같이하는 동반자가 되고,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선진국형 신 산업이라 하니 급변하는 현실에 놀라움이 있을 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