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변호사로 활동하다보며 형사사건, 그 중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는 등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사건들을 종종 처리하게 됩니다. 사건 처리를 위해서 기록을 검토하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진술조서’등을 검토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수사기록 중 ‘진술조서’란 그 문언적 의미 그대로 수사기관이 묻고 답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서면의 형태로 정리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 의미에 따르면 묻고 답한 얘기를 그대로 적어 놓은 문서에 불과해서 혼란스러움이라는 요소가 전혀 개입할 수 없는 것 같은데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답은 모순적인 표현이기는 하나 당사자가 말한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이 말한 그대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내용에 있어서도 단순한 활자 그대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말하는 당시의 화자의 태도, 억양, 그러한 대화가 이루어진 전후사정 등에 의해서 진정한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에 덧붙여 비록 조사관이 답변 내용을 그대로 옮기고자 노력하나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생략, 변형 등이 발생해 그 의미의 변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당사자와 상담을 하다보면 또는 법정에서 조서에 담긴 진술자를 직접 신문하다보면 글에 적혀 있는 의미와 본래 의도하고자 하는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도 빈번히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전제 아래 증거로 사용되게 되고 이는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미와 다른 내용이 유죄의 증거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혼란스러운 부분인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은 문제점은 변호인의 충실한 준비와 법정에서의 증인신문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완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완벽하게 보완될 수 있는지는 끊임없는 의문입니다. 형사재판이라는 것이 단 한명의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 볼 때 어느 정도 보완이 아닌 완벽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모든 진술과정을 녹화하는 절차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어떤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입니다.

당시의 모든 진술과정을 녹화해 놓을 수 있다면 조서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모든 상황이나 진술이 이루어진 경위, 묻고 답한 내용 전부를 파악할 수 있어 보다 더 명백하게 진술자가 의도한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일부 진술의 과정에서는 진술녹화를 시행하고 있고 그 녹화의 내용을 통해서 진술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그러한 진술녹화에 필요한 기술적 한계 혹은 설비 등의 제약조건이 있어 이를 시행하는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 및 장비의 발달로 쉽게 당시의 상황을 녹화할 수 있어졌다는 점에서 그 제약조건도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재판의 목적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있는 이상 정확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해서라도 진술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진술과정의 녹화를 의무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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