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민주정치는 책임정치라 한다. 책임이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이고, 책임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를 포함한다. 대통령을 위시해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책임이 있다.

그 첫째는 법적 책임(Accountability)으로 법에 규정한 행동규범을 지킬 의무이고, 둘째는 직무상 책임(Obligation)으로 업무와 관련해 준수해야 할 의무이다. 이에는 관리상의 책임으로 부하에 대한 감독의무, 상관에 대한 복종의 의무 등이 있다. 셋째는 도덕적 책임(Responsibility)으로 주관적, 내재적, 개인적 책임으로 사회의 옳고 그름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정치에서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대응적 책임(Responsiveness)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번의 대국민 담화에서 법적 책임을 지기 위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고,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지난 18년 동안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직무상 책임에 대해 부끄럼이 없고,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의 거취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대응적 책임을 준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았고, 도덕적 책임은 대국민 담화로 마무리되기를 원했고, 업무상 책임은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긴 데서 발생한 것으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100만, 200만 촛불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청와대 본관 불을 끄고 자신의 사적 공간인 관저에서 보고만 받는 것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지금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판단하기 위해 특별검사가 지명되었고, 대통령의 직무상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청문회가 시작됐다. 야 3당은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해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대응성 책임을 판단하고자 한다.

이 모든 책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책임은 도덕적 책임이다. 지금 국민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박 대통령이 추운 겨울 광화문 광장에서 외치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세번의 대국민 담화는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고자 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최근까지 이어진 최순실과 관계가 집권 초기까지만 있었다는 1차 담화,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2차 담화의 약속 미이행 그리고 자신이 결정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국회에 떠넘긴 3차 담화까지 속임수와 꼼수 정치 행태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은 이 도덕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을 보기를 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주 쓰던 골든타임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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