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춘추시대에 진(秦)나라는 서쪽 변두리의 미개한 나라였다. 이후 목공(穆公)이 즉위하자 국력이 신장되고 천하의 패권자로 등장했다. 목공이 나라를 강성하게 만든 배경에는 자신이 등용한 인물을 전폭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목공이 맹명시(孟明視)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해 이웃나라인 진(晉)나라를 공격하도록 했다. 그런데 출전한 군대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리어 반격을 받아 대패하고 말았다. 더구나 맹명시는 포로가 됐다. 나중에 맹명시가 석방되어 귀국하자 목공은 상복 차림으로 국경까지 마중 나와 위로했다.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이오. 장군은 부디 이 패배를 잊지 말고 군대 통솔에 힘써 주시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신임하였다. 3년 뒤, 목공이 다시 진(晉)나라를 치게 하였다. 맹명시가 불타는 복수심을 안고 병사들을 이끌고 달려가 결전을 벌였다. 싸움은 시작부터 달랐다. 맹명시가 이끄는 군대는 결사의 각오로 적을 무찔렀다. 이전의 패배를 깨끗이 설욕한 것이다. 군대가 승전보를 알리며 귀국하자 목공이 국경 부근까지 마중 나왔다. 그리고 군대 사열에 앞서 죽은 병사들을 우선 정중히 매장하였다.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영령들에게 고합니다. 여러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이 목공의 죄입니다. 나는 오늘 여러분의 희생에 대해 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앞으로는 우리 병사들이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력강화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어느 날, 목공의 준마가 궁궐 마구간에서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담당 관리가 뒤쫓아 준마를 찾았으나 말이 산을 넘어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다음날 관리가 산을 넘어가서 보니 그곳 마을 사람들이 이미 준마를 붙잡아 잡아먹어 버린 것이었다. 즉시 관원들을 동원해 관련자 300명을 체포하고 하옥시켰다. 목공이 이 사실을 전해 듣자 관련자 전원을 궁궐 연회장으로 불러 모았다.

“여러분의 죄라면 고작 말 한 마리의 문제입니다. 그건 처벌할 것이 없지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내 탓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말고기를 먹고 술을 먹지 않으면 병이 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술을 대접하려고 이렇게 부른 것입니다.”

목공은 그들을 풀어준 건만 아니라 술까지 내려 크게 안심시켰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해, 목공이 친히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병력의 열세로 적군에게 포위되어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바로 그때 한 무리의 병사들이 질풍같이 나타나 적의 포위를 뚫고 목공을 구출해 내었다. 목공이 말을 타고 달리며 그들에게 누구인가 물었다. 그러자 그들이 대답하기를 “이전에 대왕의 말을 잡아먹은 백성입니다” 하였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이야기이다.

정신출전(挺身出戰)이란 적이 쳐들어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나가 싸운다는 뜻이다. 위급할 때 과감히 나서서 모든 책임을 다한다는 지도자의 품성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지도자와 친구는 공통점이 있다. 위태로울 때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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