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조선은 무려 500년간 이 땅을 지배했던 나라입니다. 말기에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쪽발이라고 우습게보던 일본에게 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500년간 나라를 유지한 저력을 알지 못하면 조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진왜란 때쯤 망했어야 할 조선을 500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견디게 한 힘은 무엇일까요? 중국의 경우 왕조들의 생명이 보통 2~300년 정도인데, 그것의 배나 되는 세월을 견딘 조선의 저력은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과거제도입니다.

과거제도는 고려 때부터 실시되었다고 하고 또 일부 사실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과거제도가 실시되어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도록 한 시대는 조선입니다.

조선은 과거를 통해서 평범한 선비들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나라입니다. 그래서 양반 가문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등과하여 관리가 되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은 나라가 망할 때까지 이 땅의 백성들이 가슴에 뿌리내려 가문의 동력으로 작동했습니다. 그 증거가 백범일지에 나옵니다.

김구 선생은 처음에 과거를 보러 갔다가 과장의 부패 행태를 보고 꿈을 포기합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엿보였다면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관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김구 선생의 세월이라야 아무리 올려 잡아도 100년 전의 일입니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의 아버지 세대에 생생하게 존재했던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강한 집착이 과거에 있고, 그 강한 집착은 개인과 가문을 살리는 길이었기에 목숨 걸었습니다. 조선 온 나라는 과거를 위해 존재한 나라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과거와 관련된 용어들이 아주 흔하게 나옵니다. 영감, 대감, 나으리, 김초시, 이선달, 박생원 김진사 같은 말들이 모두 과거제도에서 연유한 말입니다.

더욱이 ‘양반'이라는 말도 과거 제도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과거는 문과와 무과 둘로 나뉘고 이 두 제도를 통하여 벼슬로 진출하기 때문에 문반과 무반, 두 반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반이 된 것입니다. 과거 제도 얘기는 고려 때부터 꾸준히 나오지만, 문무 양과가 모두 과거제도를 통해 정착한 것은 조선 태종 때입니다. 조선의 명실 공히 과거제도가 나라를 지탱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이 과거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조선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과거제도가 우리에게 그렇게 잘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마는 영역이지 그것이 대중에게 널리 알릴 만한 내용은 못 되었습니다.

이미 우리 생활에서 사라진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대한 책이 많지도 않습니다. 그 중에 과거제도를 잘 정리한 책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바로 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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