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 160만명이 모였다. 그러나 그 숫자가 무의미한 촛불집회였다. 촛불집회는 우리 국민이 추구하는 정치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해 정치를 행하는 제도인 민주주의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지금 일고 있는 촛불 민주주의는 박정희가 군부독재와 권위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한국적 민주주의와는 정 반대의 속성을 가진다.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가 군부·관료·재벌의 권위주의 통치를 강요한 하향식의 거짓된 의사(擬似) 민주주의라면 촛불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국민의 민주주의로 상향식의 진짜 100% 민주주의이다.

촛불 민주주의가 진정한 시민 민주주의라는 것은 과거와 달리 촛불 민주주의에는 이데올로기가 개입되어 변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의 촛불 민주주의에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자본가, 좌파와 친북 등의 이데올로기 목소리가 있었지만, 시민의 목소리에 묻혔다. 과거의 시위가 과도한 집단 이기주의의 장이 되어 변질된 것과 달리 촛불 민주주의는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는 한 단계 높은 국가와 국격이 강조되고 있다.

촛불 민주주의는 새로운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지식 정보화 시대에 교육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오락이 되어 참여적인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가 돼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정치도 종래의 하드적인 엘리트 정치와 일방 정치에서 소프트적이고 오락성을 가미해 게임을 하듯이 즐기는 정치 즉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가 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폴리테인먼트는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시민 민주주의가 어떠해야 하는가, 촛불 민주주의는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어떠하여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촛불 민주주의가 폴리테인먼트가 되면서 정치 무관심층인 10대 20대가 촛불 집회의 주도자가 되고, 가족이 함께하고, 그리스 직접민주주의의 장인 아고라가 광화문의 시민 자유발언대가 되어 초등학생부터 팔순 노인까지 촌철살인의 목소리를 토해내는 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폴리테인먼트는 SNS, 종편, 오마이 뉴스와 같은 인터넷 방송으로 실시간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장을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모인 집회에서 폭력, 부상자, 연행자가 없는 3무(無)의 평화 촛불이었다는 것도 촛불 민주주의가 위대하고 역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민주주의가 타협과 조정의 통치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경찰은 원칙보다 시위대와 타협을 하고, 법원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받아드려 시위의 장을 넓혀 주었고, 시민은 그러한 경찰을 신뢰하고,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였다. 이 새로운 한국적 민주주의인 촛불 민주주의가 횃불이 되어 온 나라를 밝히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탄핵 당해 쇠고랑 차는 시정잡배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스스로 퇴진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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