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경영학과

단양 올산은 내가 태어난 고향마을이다. 잠시 어릴 적 살았던 곳이지만 항상 정이 가는 곳이다. 당시에는 왜 이렇게 산골에 사는가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 보면 참 특별한 동네인 것 같다. 해발 700~750 고지로 둘러싸인 분지형 마을, 산들이 둥글게 병풍처럼 잘 둘러진 마을, 이곳에 진주 강씨가 처음 터전을 잡았고 450여 년 전 강릉김씨가 정착해 살아 온 곳, 경주김씨는 200여 년 전 예천에서 이곳으로 산골을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요즘은 항공지도가 오픈이 되어서 전국 곳곳을 지도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내가 태어난 동네를 검색해본다. 백두대간 도솔봉에서 뱀 재를 지나 서진하던 용맥이 저수령으로 가기 전 북진하여 방향을 틀고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분지를 형성한 곳, 산곡에서는 장풍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곳은 낮은 산들로 둘러싸이고 뒤로는 큰 산들이 받쳐준다.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 조산에서 빙돌아 내려와 몸을 튼 산맥이 다시 조산을 바라보는 형세)으로 방향을 틀어 분지가 형성된 곳이다. 750고지가 마을의 주산이며, 650미터가 넘는 고지에 평평한 분지가 형성되어 있음이 신비스럽다.

올산(858m)은 내올산을 지난 용맥이 덕고개에서 과협이 지고 다시 솟아올라 만들어진 우뚝하게 솟은 산이다. 산이 우뚝 솟았다 하여 퇴계 이황선생이 붙혀준 지명, 우뚝할 올(兀), 뫼산(山) 그래서 올산(兀山)이라고 하는데, 올뫼, 올미라고도 부른다. 올산은 산으로 둥글게 감싸준 타원형 작은 분지마을과 열십자 모양으로 광활하게 퍼진 두 개의 마을로 나누어진다. 작은 분지형 마을은 올산의 안쪽에 있어 내올산이라 하고 열십자형 광활한 동네는 올산 본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은 분지형 마을 주민과 열십자로 형성된 광활한 마을 주민들은 사는 형태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그 결과도 차이가 많다. 분지형 마을은 은둔의 마을, 하늘이 만들어준 담장 안에서 조용하게 살아간다. 수구는 닫혀있고 바람은 분지 안에서 순환하니 아주 평온하다.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하고 잘 산다.

그러나 변화에 둔감하고 외부와의 접촉이 적고 때로는 우물 안의 개구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밖에서 보면 일만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던 바깥사람들이 보릿고개가 되면 식량을 구하러 이 동네로 들어왔던 곳이다. 돈이 들어오면 나가지도 않고 사람들의 입출입도 거의 없는 안정된 마을이다. 반면에 본동마을은 동서남북으로 도로와 물길, 바람길이 있다. 유행에 민감하고 밖과의 교류가 많다. 매우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다. 사람들의 입출입도 많고 크고 작은 일도 많이 발생한다. 돈이 벌리면 바로 바로 쓰고 매우 개방적이다.

같은 올산리지만 지형에 따라 도시와 시골사람을 보는 것 이상의 차이를 본다. 어릴 적에 잠시 산 곳이지만 지도를 보니 예전에 올랐던 산맥도 보이고 토끼몰이 하던 골짜기도 보이고 더덕 캐고 송이 따던 산들도 보인다. 그 때는 소나무가 너무나 울창하여 산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지도로 이렇게 현장감 있게 보게 되니 참 좋은 세상이 된 것 같다. 풍수적으로 좋은 점도 보이고 매우 아쉬운 점도 보이는데 그래도 그 시골의 첩첩산중 고향이 점점 좋아진다. 고향마을은 아주 어릴 적에 잠시 살았던 동네이지만 지금 보아도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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