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조직이나 경제학 등에서 자주 원용되는 것으로 주인-대리인 이론(Principal-Agent Theory)이 있다. 주인인 국민이나 주주가 대리인인 국회의원이나 전문 경영인에게 자신들의 일을 위임할 때 생기는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이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대리인이 주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도덕적 해이와 정보의 불균형 등에 의해서 무능력자를 대리인으로 임명하는 역선택의 문제이다.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은 주인과 대리인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불균형과 감시의 불완전성 등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주인-대리인 관계에서 대부분 정보는 대리인이 가지고 있으므로 대리인은 정보를 왜곡할 수도 있고, 조작할 수도 있다. 주인-대리인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주인의 모든 권한을 대리인에게 위임하게 된다. 그러나 정보의 불균형으로 주인은 대리인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양자의 불균형 계약으로 대리인이 계약을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서 준수하지 않아도 이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제에 큰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지금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주인-대리인 관계를 신뢰가 아닌 불신의 관계로 바꾸어 놓았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대리인이 정보를 숨기고, 왜곡하고,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에 의하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의한 주인-대리인 간의 계약인 대통령의 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인-대리인의 계약인 헌법을 핑계로 자리를 보전하고자 한다.

주인-대리인 관계에 존재하는 정보 불균형으로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의 주권이 대리인에게 농락당하고 나서야 주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더욱이 자신들의 권력과 정보 왜곡으로 대리인을 주인 편으로 만들어 대리인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로 인하여 주인이 대리인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대리인과 그 대리인의 하수인들과 싸워야 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민주주의 특히 대의 민주주의는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주인-대리인 관계를 기초로 한다. 주인의 무한한 대리인에 대한 신뢰와 대리인의 주인에 대한 강한 책임 의식이 이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원리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의혹과 불법 행위와 관련하여 대리인이 주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를 볼 때 주인-대리인 이론에서 주장하는 무능한 사람을 선택하는 역선택이 그대로 우리 사회에 투영된 듯하다.

다수가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신뢰를 보여주어 대통령이 되고 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지만, 아직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왜곡할 뿐이다. 이것이 주인이 대리인에게 분노하는 이유이다. 지금은 소리만 치는 주인들은 다음과 같은 우리의 속담만을 되새길 뿐이다. “개도 닷새가 되면 주인을 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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