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엄마 됨을 후회함’이란 책을 읽었다. 나 역시 엄마이고, 잘한 일 중의 하나가 엄마가 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것에 나름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엄마 됨을 후회하다니. 뭘까? 제목이 일단 끌렸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아하 그렇구나!’ 싶었다.

우리 다섯 남매를 키우실 때 엄마 역시 ‘너희들만 아니었으면’ 말을 입에 달고 사셨고, 또 역시 내가 만나는 많은 어머님이 ‘아이들 때문에요’라고 말한다.

엄마가 되면서 여성들은 누려왔던 많은 것을 반납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와 치러야할 전쟁은 발달 시기마다 일상에서 되풀이되기에 아이들을 마냥 기쁘게만 있는 그대로만 봐주며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가 기쁜 존재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나를 즐겁게만 하지 않은 존재이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누려왔던 것들을 잃어버리게 하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고통의 원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사실을 숨긴 채, 아이를 마냥 사랑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아이보다 자신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며 엄마들은 살아간다. 일하는 엄마든, 아이를 전일제로 키우는 엄마든 간에 엄마라는 위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모성은 끝없이 강요되고 좋은 엄마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끝없이 작동한다. 아이를 통해서 끊임없이 성숙해져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지 즐겁게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어린 시절의 자신의 오류를 아이를 통해 수정하고픈 바람도 있으므로 자신만의 유년의 놀이터에서 마음껏 아이랑 뛰어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아이를 낳음으로써 여성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혜택들도 물론 있다. 기혼 여성이 미혼여성보다 권력의 위치를 점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만큼 사회적으로 배려 받은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만의 ‘그 마음 내가 알지’라는 공감의 영역은 지지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롭고 자신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는 나쁜 엄마라는 등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말하기에 전에 나는 부모의 역할을 말하고 싶다. 아이의 양육에서  아버지의 역할보다는 엄마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책임을 묻는 측면이 더 많기 때문이다.

부모는 하나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다. 아무리 한쪽의 기둥이 좋은 재료로 튼튼하게  기둥으로 받치고 있다고 해도 한쪽이 역할을 못 하면 그 집은 기울여지기 마련이다. 균형있게 받치는 두 기둥이 아이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며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이다. 기우려져 곧 쓰러질 것 같은 집으로 들어가고픈 아이들이 있을까?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 사이에는 누구의 탓이 있으며, 자신이 한쪽 기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아이처럼 놀기만을 바라는 자기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있다. 그래서일까? 성숙하지 않은 인격을 가지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생살을 찢는 고통을 감내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러했고 여전히 그러한 과정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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