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비가 오는데 그 비를 피하지 않고 강추위가 오는데 굳이 발가벗고 다닐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주 당연한 것 같지만, 왜 그럴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거나 병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날씨가 좀 춥다는 느낌이 들면 고민합니다. 좀 두꺼운 옷을 입을까? 목도리를 두를까? 나이를 먹으니 머리를 깎는 것만으로도 추위를 훨씬 더 느낍니다. 머리칼 1-2 cm에서 추위를 느껴 목도리를 두를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취향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주의 법칙입니다.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돌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질서에 사람은 순응해야 합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여 혼자서 그 질서를 벗어나면 기다리는 건 죽음입니다.

천지는 한 치 오차 없이 돌아가는데 인간만이 그것을 모르고 제 의지대로 산다고 착각합니다. 이렇게 인간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의지는 과연 하늘의 뜻일까요? 바로 이에 대한 궁금증이 동서양 모두 옛날부터 있었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별자리에 따른 운명예측방법인 점성술이고, 동양에서는 태어난 시각에 따른 예측방법인 사주명리학입니다.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원리가 똑같습니다. 점성술은 별의 위치에 따라 태어난 사람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고, 사주명리학은 지구 달 해의 위치가 만드는 달력의 조건에서 사람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사주명리학이 훨씬 더 정교합니다.

생각하면 우리가 어떤 날이라고 하는 것은 지구가 태양의 어느 둘레를 돌고 있는가 하는 시간의 구분을 말하는 겁니다. 그 구분의 조건에 해당하는 날에 밤하늘을 보면 별자리가 있죠. 점성술이나 사주명리학이나 사실은 같은 내용을 다루는 겁니다.

동양에서는 사주명리학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회에서 공인을 했죠. 누구나 그것을 참고했습니다. 그래서 과거제도에도 엄연히 명리학이 있어 잡술 과목에 포함됐습니다. 관리로 뽑아서 실제로 임용했죠. 그때는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갑자기 미신이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카운셀링 업종이 잘 안 된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대박산업인데 말이죠. 내막을 알고 보면 카운셀링 전문가들이 해주는 정보보다 사주쟁이들이 알려주는 정보가 훨씬 더 정확해서 대중들이 굳이 카운셀링을 찾아가지 않아서 문을 열면 망한다는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이 책은 사주명리학의 원리를 아주 잘 설명한 책입니다. 단순히 미신이 아니라 엄밀한 과학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좀 어렵습니다. 단순히 이것만 가지고 사주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또 이치를 하나하나 적용할 수 있게 설명한 것이 아니라 원리를 설명하는 바람에 좀 지루한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은 다음 책을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음 책을 읽은 다음에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박주현의 ‘왕초보 사주학(동학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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