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민수 영동군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영동의 가로수는 감나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영동의 거리는 탐스런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다. 마치 과수원을 보는 것처럼 설레고 어릴 적 홍시를 따던 추억에도 잠시 빠져들곤 한다.

며칠 전 한 어르신이 지역행사와 관련해 문의할 게 있다며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다. 대표적인 지역행사에 대해 책임감도 느끼고 자신의 사업도 홍보할 겸 매년 행사 경품을 찬조하고 있는데 혹시 새로 시행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위반 소지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선거법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질문에 좀 의외였지만 공직사회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새로운 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해서 흥미로웠다.

‘공직선거법’상 정치인(입후보예정자 포함)은 행사에 경품 등을 찬조할 수 없지만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은 행사에 경품 등을 찬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에서는 또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것 같았다. 일반인이 경품을 찬조하는 이유가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에 잘 보이기 위한 것인지를 말이다.

사법기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위반되는지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사회적인 공감을 거쳐 구체적인 판례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에 앞서 우리 스스로 청탁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빠르고 편할 것 같다.

선거 문화 속에도 ‘청탁’이 있다. 기부행위가 그것이다. 선거에 후보로 나올 사람이 마을 경로잔치에 찬조하거나 단체관광을 시켜주거나 점심을 대접하는 것은 순수하게 후원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로 하여금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자신에게 투표해 달라고 ‘청탁’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1표당 4년간의 경제적 가치는 4천만원이 넘는다’는 말이 있듯 투표권은 소중하고 값지다.

그런데도 아직도 일부에서 기부하고 기부받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명백한 청탁이고 엄하게 처벌받는 데 말이다. 선관위에서는 기부행위를 중대 선거범죄로 보고 선거기간 여부를 불문하고 단속하고 있다.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도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새로 시행된 ‘청탁금지법’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되도록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정치인의 ‘기부행위’도 정확히 알고 확실히 지켜야 할 때다. 청탁과 기부행위를 정중하면서도 매몰차게 거부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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