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진 청주 흥덕署 강서지구대 순경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어느덧 쌀쌀하다고 느껴지는 이때, 어느 곳은 수확이 거의 끝나가고 다른 어떤 곳은 김장철을 맞아 배추를 수확하느라 바빠 눈코뜰 새도 없는 곳이 많다. 이렇듯 농민들에게는 한 해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이때만큼 풍요롭고 마음이 따뜻한 때가 없을 것이다.

한 해 수확의 결실을 맺는 농민들 모두가 풍족하고 웃음을 지어야 하지만, 매년 이맘때쯤에는 불청객이 찾아와 우리 농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내 슬프게 하고 있다. 바로 농산물 절도이다. 전혀 반갑지 않은 농산물절도는 매년 수확철인 9월에서 11월 사이에 집중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시골 농촌은 낮에도 농민들 이외에는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으며, 밤이 되면 사람과 차의 통행이 전무하고 논밭 근처에 인가나 CCTV, 방범등, 가로등 같은 방범시설도 없는 경우가 많아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이 높다. 그리고 밤에만 농산물을 가져갔던 예전과 다르게 도로 인프라의 발달과 개선으로 밝은 대낮에도 대범하게 농산물을 절취해가는 경우도 증가하는 등 예방과 검거를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경찰은 빈번한 농산물 절도에 대해 ‘추석전후 형사활동 강화 추진’, 가을 수확시기 절도범죄 집중단속 및 도난예방 홍보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지역방범단체 등 협력단체와 같이 논밭과 창고 등을 순찰, 점검하고 있다. 이에 대표적으로 세가지 예방책을 건의해 본다.

첫 번째로는 농민들이 창고, 비닐하우스 등 보관하는 곳에 잠금장치를 확실하게 하고 수확된 농산물은 바깥이 아닌 건물 안에 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낯선 외부차량이 논밭에 주·정차되어 있는 경우 그냥 넘기지 말고 해당 이웃에게 연락해 만일의 도난발생에 대비하고, 도난의 흔적이 보인다면 작은 피해라도 즉시 경찰에 신고해 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 대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시골 도로의 요충지, 마을 창고 등 도난위험지역을 확인하고 그곳에 방범용 CCTV, 경보기 등을 설치, 점검해 농민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고 수확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점점 수법이 지능화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경찰만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모두가 직면해있는 문제이며, 합심해서 대응해 나가야 우리의 이웃, 우리의 가족이 피와 땀으로 노력해 일구어낸 소중한 선물을 불청객의 손길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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