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550년 춘추시대. 제(齊)나라 경공(景公)은 왕위에 오르자 가장 먼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신하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조정은 극도로 혼란했고 나라는 어지러웠다. 또한 경공은 사치와 낭비와 도벽이 심했다. 궁궐 짓기를 좋아했고 사냥개와 말을 기르기 좋아해 백성들은 세금이 무거웠다. 행여 세금을 내지 못하는 백성은 참혹한 형벌을 받아야 했기에 한밤중에 몰래 도망가는 가구 수가 많아졌다.

암암리에 민심이 들끓고 신하들이 대거 상소를 올리자 경공은 자신의 위태로움을 깨달았다. 결국 신하들이 추천하는 안영을 재상에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 조치를 하였다. 그리고 안영의 간언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의견을 따랐다. 명령하는 군주에서 소통하는 군주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그러자 차츰 나라가 안정되었다. 국력이 신장되었고 백성들은 번영을 누리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경공이 성위에 올라 북쪽에 즐비한 도심 풍경을 굽어보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아,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로구나! 이런 나라를 두고 목숨이 다하면 죽어야 한다니 슬프기 그지없도다. 이 세상에 죽음이 없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이때 옆에서 경공을 수행하던 사공(史孔)과 양구거(梁丘據) 두 신하가 덩달아 울먹이며 아뢰었다.

“소인들은 전하 밑에서 언제까지고 마른 나물에 상한 고기라도 먹을 수 있다면 죽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하물며 전하께서야 더욱 그러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재상인 안영이 그 말을 듣고 그만 웃고 말았다. 경공이 눈물을 닦으며 섭섭한 표정으로 물었다.

“과인은 오늘 이곳에서 죽음을 생각하니 슬퍼졌소. 사공과 양구거는 함께 울어주었는데 재상은 어찌 웃고 있는 것이오?”

이에 안영이 대답했다.

“만일 군주가 되어 죽지 않고 나라를 오래도록 다스릴 수 있다면 제나라는 초대 군주인 태공망이나, 제나라를 천하의 패권국가로 만든 환공이 틀림없이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이런 분들이 제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면 지금 전하께서는 농사일을 하느라 너무도 바빠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을 겁니다. 어떤 군주라도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전하께서 왕위에 계신 것입니다. 그런데 죽고 싶지 않다고 울고 계신다면 너무 욕심만 차리는 것이 아니옵니까? 게다가 그런 전하의 기분을 맞추는 두 신하를 보니 웃게 된 것입니다.”

그 말에 경공은 깨닫는 바가 있어 자신의 행동이 무안했던지 손수 잔을 들어 자신이 벌주를 마셨고, 이어 두 신하에게는 벌주 두 잔씩을 내려 마시게 했다. 이는 열어구(列御寇)가 쓴 ‘열자(列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이란 기존 왕조와 다른 성씨 또는 다른 정당이 권력을 차지해 나라를 새롭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천명에 따른 자는 왕위에 오르고 천명을 거슬린 자는 왕위를 잃기 마련이다. 이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권력의 정설이다. 이참에 위정자들은 고전에서 그 가르침을 배울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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