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온 나라가 최순실 한 사람 때문에 충격과 허탈함에 빠져들고 있다. 물론 그 한 사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며, 땅 속에서 고구마 줄기가 나오듯이 줄줄이 엮여있는 사람과 기업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비리와 범죄가 밝혀질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누군가는 요행히도 고구마 줄기가 끊어지는 바람에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파내야 한다.

그 동안 잠자코 있던 대학생들까지 시국선언을 하고 나설 정도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매우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작용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나 청와대의 생태계를 잘 모르는 필자로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한낱 일반인에 불과한 한 사람에게 도대체 어떤 힘과 관계가 있기에 그 많은 기업들과 정치인들 심지어 대학까지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5년이라는 기간을 모를 리 없을 터인데 그 많은 사람들이 어찌 이리 무모한 짓들을 한 것일까? 지금 챙길 수 있을 때 한몫 단단히 챙기고 잠깐의 죄 값을 치르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일까? 정치를 모르는 평범한 국민으로서는 그저 인간의 욕심, 그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허망한 결론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구약성경 창세기 6장은 우리가 잘 아는 노아와 홍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뜬금없이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명령하신다. 노아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다했고, 하나님 말씀대로 홍수가 일어났다.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의 죄악이 땅에 가득하고 그 마음의 생각이 항상 악한 것을 보시고 정화의 과정으로써 홍수를 일으키셨다고 한다. 홍수가 끝나고 한 동안 잠잠하던 인간은 다시 죄악의 유혹에 빠지고 급기야 바벨탑을 쌓기 시작한다. 하나님께서 땅 위에 흩어져 살라고 명령하셨는데, 이 말을 듣지 않고 모여서 힘을 합치려 했고, 하늘에 닿으려는 욕망으로 바벨탑을 쌓았다. 바벨탑을 쌓을 때 인간은 돌 대신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 역청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벽돌과 역청은 문명의 발달을 의미하며, 인간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하나님 보다는 자신의 의(창조)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결국 하나님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진노하여 바벨탑을 쌓지 못하도록 인간의 언어를 혼잡하게 만들고 그들을 온 세상에 흩어 버리셨다. 아주 오래 전이고 종교적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가? 지구는 이미 경제적으로 하나가 되었고 지역경제는 무너졌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는 것 중 외부(다른 나라)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엄청난 부를 얻고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굶주린다. 경제성장을 앞세운 기업들은 이미 정치인들 위에 군림한다.

최순실은 그저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군림하기 위한 아주 이용하기 편하고 값이 싸게 먹히는 하수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모든 이목이 최순실에 집중될수록 뒤에 숨어 있는 기업들은 웃는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경제 그물망의 한 지점에 앉아서 침을 튀기고 있다. 지금 세계는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다. 최순실로 시작해서 자꾸 자꾸 나오는 고구마 줄기는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어디까지 캐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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