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무더위와 장마의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장마와 관련된 비의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하나하나 세어 보았더니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

이슬비, 봄비, 소나기, 단비 등등. 그 비에 이름을 되새겨 보면서 빗말에서 정겨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빗줄기의 굵기가 가는 비는 안개비, 이슬비, 가랑비가 있고, 빗줄기가 굵고 세차게 내리는 비로는 억수, 장대비 등이 있고, 내리는 시기에 따라 ‘봄비’, ‘밤비’, 특히 칠월칠석날에 내리는 비는‘칠석물’이라고 불렀다.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오는 비를 ‘단비’라고 부르고,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약만큼 좋다고 해서 ‘약비’라고 했다.

요즘처럼 6월부터 7월에 걸쳐 오랫동안 내리는 비를 ‘장맛비’라 하고, 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를 ‘여우비’,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비를 ‘소나기’라고 한다.

이렇듯 옛 조상님들은 비에도 정겨움과 비유로 비의 이름을 지었다.
우리 세상사가 너무 빠르게 지나서인지 비도 한꺼번에 몰아서 쏟아 내리 붓는 듯한다.
태풍을 동반한 폭풍우, 게릴라성 폭우, 집중 호우등 이름 자체도 무섭다.

빨리빨리 서두르는 우리의 습성처럼 비도 급하게 한꺼번에 내려주는 걸까요?
비가 안 오면 토양이 매 말라서 걱정, 비가 오면 너무 와서 논두렁 밭두렁이 물에 잠겨 걱정, 매일 같이 걱정이 가실 때가 없는 여름이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마는 여름철에는 집 앞의 하수구 청소, 집 뒤로 쌓인 축대는 갈라지지 않았는지 등등 작은 것 하나하나 챙겨서 여름을 준비한다면 그 어떤 폭우에도 걱정 없는 여름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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