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지, 의료정보 TV프로 분석 논문 게재
“특정 사례 일반화·병원 과대 홍보 많아 주의 필요”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 없는 천연치료제 △△△” “100세 시대 무병장수하려면 절대 ○○하지 마라”

최근 방송사마다 건강의학 프로그램을 1~2개씩 방영하면서 넘쳐나는 건강정보에 대한 대중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31일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대한의사협회지’(JKMA)는 이달의 이슈로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TV 프로그램’을 선정하고 문제점을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이 일부 체험사례를 통해 편향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재미나 홍보를 위해 특정 식품 또는 의료행위, 의약품의 효능 및 효과를 과장하는 위험이 있다는 게 의료계 및 미디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명 연예인 ○○○ 건강법…체험사례 일반화”

TV 프로그램이 건강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유명인이나 극적인 효과를 본 사람의 체험사례를 소개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정인의 체험사례는 편향된 정보를 담을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들은 이런 정보를 마치 과학적인 검증이 이뤄진 사실로 믿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제42조 5항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특정인의 체험사례를 다룰 때는 일반화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 A 프로그램은 손목, 발목, 팔꿈치 통증에 대한 정보를 다루며 정형외과 원장을 출연시켜 ‘프롤로 치료’를 소개했다. 프롤로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대신 염증을 유발해 우리 몸이 스스로 치유를 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의료계 내에서도 아직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방송에는 프롤로 치료를 경험한 일반인들의 진술이 다수 노출되며 이 치료법이 일반화된 것처럼 비쳤다.

김창숙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가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을 위반한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85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이같이 특정인의 체험사례를 일반화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박아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쉬운 사례가 중심이 되고 있다”며 “체험사례를 과대 포장해 일반화하거나 특정 치료법이나 식품의 효과를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시청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TV에 나온 의사가 좋다고 했는데…전문가 맹신”

체험사례뿐만 아니라 의사가 출현해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단적으로 표현하거나 전문가로서 개인의 소견을 마치 의학적인 사실처럼 전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대중들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의사의 발언이나 의견은 신뢰도가 높으므로 그 영향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 심의규정 제42조 4항은 ‘방송이 의료행위나 약품 등과 관련한 사항을 다룰 때는 시청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난해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위반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2. B 프로그램에서는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시술하는 성형외과 원장이 출연해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과 비교한 줄기세포 성형을 설명했다. 방송 내용을 보면 줄기세포 성형의 특징과 장점만 강조되고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고 방통위는 지적했다.

김창숙 교수는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전문가를 통해 전해지는 정보는 시청자들에게 더 신뢰성 있게 받아들여진다”며 “특히 시청자들은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을 보고 실제 행동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잘못된 정보가 제공됐을 때 직접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는 특정 의료행위나 제품에 관해 설명할 때는 효능·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균형 있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이나 견해를 의학적 사실과 명확하게 구분해 전달할 수 있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치료…반복 노출해 홍보”

TV 프로그램을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 역시 방통위 심의규정을 어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적발된 위반사례 85건 가운데 63.5%는 심의규정 제46조(광고효과)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규정은 방송에서 상품의 상호 또는 효능과 기능 등을 자막이나 음성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3. C 프로그램은 치주과 전문의가 출연해 20대에서 80대까지 평생 유지하는 치아 건강법을 강연했다. 강사의 약력소개 과정에서 소속 병원명이 멘트와 자막을 통해 7차례 노출됐다. 또 강연자료로 활용된 그래픽 화면 하단에도 소속 병원명이 32에 노출돼 주의조치를 받았다.

정재하 방통위 선임연구위원은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공공성 수준이 높아야 한다”며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과 직결된 정보를 상업성이나 시장의 원칙에 의해 정확성이 결여되거나 객관성이 부족한 상태로 방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같이 건강의학정보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지속하자 지난해 ‘의사방송출연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발표하는 등 대책강구에 나선 상태다.

TV를 통해 건강의학정보를 전달하는 의사들의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 방송의 객관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시청자들을 현혹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한다 △방송을 광고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 △방송출연의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지 않는다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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