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박영덕 서각 기능장인
29년 동안 오직 한 길에만 매진
서울대 규장각 복원 작업 참여

▲ 서울대 규장각 복원 작업에 선정된 박영덕 서각 장인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서각에 몰두하고 있다.

‘서각’이라는 말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귀에 익숙하지 않은 낯선 말이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전통 문화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런 서각의 최고 장인(匠人)이 보은군 장안면 오창리에서 ‘운봉서각원(雲峯書刻院)’을 운영하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작은 칼 하나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현재 장인 반열에 오르기까지 29년 동안 오직 한길로 매진해 서각 분야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선 박영덕(53)씨가 서각을 연구하며 작업하는 곳이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문 숙제를 내는 담임선생님 덕분에 누구보다 많은 한자를 배웠다. 특히 서각은 한자를 알아야 뜻의 이해가 쉬워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한문을 배운 박씨가 서각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 원인은 따로 있다.

군 복무시절 같이 근무하던 한 병사가 목판에 칼로 글자 새기는 것에 마음이 끌려 취미로 시작한 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들었다.

군 제대 후 박씨는 본격적으로 서각 공부를 시작했다. 서각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섭렵하기 위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고(故) 오국진 선생과 각자 명인 송인선 선생에게 5년 동안 전수를 받으며 서각 공예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혔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순탄치 않은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박씨는 1996년 현재의 자리에 어렵게 ‘운봉서각원(雲峯書刻院)’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서각 연구에 전념했다. 오랫동안 서각에만 몰두한 박씨는 지금의 자신을 스스로 탄생시켰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서각(書刻)을 위한 목판재료도 박씨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주로 산벚나무를 사용하는 목판은 바다가 없는 충북에서는 소금물을 이용해 담갔다 건졌다를 반복해야 재료에 염분이 스며들어 단단해지면서 썩지 않고 오래간다고 알려줬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그에게도 찾아왔다. 전국 서각 무형문화재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할 서울대 규장각 복원 작업에 박씨가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됐다. 2013년 말부터 3년째 4건 정도 규장각 복원작업을 하고 있는 그의 존재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수상경력도 화려한 박씨는 제39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 출품한 ‘훈민정음해례본 책판 및 능화판’이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했다. 또 지난해 8월 문화재청과 한국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존협회가 공동주최한 제40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320작품 852점이 출품돼 최종 본선 15작품 중 2차 심사에서 ‘훈민정음언해본 책판 및 능화판’이 대통령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서각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강한 박씨는 서각의 계보 내림을 위해 큰딸 해원(25)씨, 둘째딸 지원(22·안동대학교 민속학과 3년)씨, 아들 성원(19·보은고)씨 등 3남매에게 틈틈이 서각의 기본부터 혹독한 가르침을 내린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선 박씨는 “앞으로의 꿈은 고인쇄문화 목판을 중심으로 한지, 붓, 먹, 배첩(표구) 등의 문화와 관련된 장인들과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각자 다른 분야지만 최고의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전통 문화를 함께 공유하며 연구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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