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망설여질 때가 있다. 두 개의 길이 있고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판단이 어려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길도 좋고 저 길도 놓치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인가.

피에르 가르뎅의 경우를 보자.

그는 고등중학을 졸업하고 양복점에 근무하다가 제2차 대전이 시작되고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점령되자 적십자사에 징용(徵用)당했다.

프랑스가 해방되자 그도 징용에서 해방되었지만 여기에서 그는 방황한다. 이대로 샐러리맨을 계속할 것인가. 디자이너가 되는가를 결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좌우간 그는 파리로 올라간다.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주머니 속에 두 장의 종이쪽지가 들어있었다. 한 장은 파리의 적십자사로 가는 전근 사령장이었고 또 한 장은 디자이너인 왈드너에 대한 소개장이었다.

그는 파리에 도착하자 두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파리의 거리를 거닐면서 망설였다.

마지막으로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앞면이 나오면 왈드너, 뒷면이 나오면 적십자!”하고 소리 내어 던지고 “아! 앞면이다.”이렇게 해서 왈드너에게 가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22세 때의 일이다. 그는 왈드너의 점포에서 디올의 점포를 거쳐 27세에 독립했지만 디올이 죽자 디올사의 후계자로 추천되었다. 추천자는 디올의 패트런(patron)이었던 섬유회사의 사장이었다.

여기서 그는 또 방황한다. 디올은 세계의 유행을 지배한 제 1인자다. 이 회사의 후계자가 된다면 자기의 장래를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부터는 패트런이 붙어있는 점포를 할 시대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는 다시 연필을 세우고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디올사, 왼쪽이면 자력(自力)”이라고 작정하고 “왼쪽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독립을 결정했다고 한다.

싱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결단이 어려울 때는 이러한 방법으로 택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아니겠는가. 아니 그것 밖에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단을 내린 다음이다. 만약 결단을 후회하게 되면 실행 에네르기는 위축되어 아무런 성과도 올릴 수 없다.

결단을 내려 바다를 건너려고 작정하지 않는 한 결코 바다는 건널 수 없다. 그러나 결단을 후회하는 자도 건너지 못하고 침몰하고 만다. 결단과 실행의 집념은 바늘과 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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