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야권 대표가 박근혜 정권을 신정정치(神政政治)에 비유하고 있다. 신정정치란 신의 대리자가 지배권을 가지고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국가는 대부분 신정정치의 지배체제를 가졌다. 이집트 왕은 ‘태양의 아들’이란 의미의 파라오로 절대권력을 가졌다. 한민족의 시조인 고조선의 단군은 천제(天帝)인 환인의 손자이며, 환웅의 아들로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신정정치는 중세를 지나고 시민혁명을 거쳐서 민주정치체제가 등장하면서 세속주의에 의해서 거의 사라졌다. 세속주의는 종교의 자유와 함께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기반으로 한다. 세속주의에 의해서 인간 활동이나 정치적 의사결정은 종교에 의해 간섭받기보다는 객관적 증거와 사실 그리고 인간의 의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매스컴과 외신은 국정과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의해서 농단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를 많은 사람은 박 대통령의 행태와 연관해 해석한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행태는 신정정치의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지배자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신정정치에서는 정치가 종교이고 종교가 곧 정치이다. 신정정치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지배자는 신과 동일체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도전은 부당한 것으로 간주한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이나 대통령이 된 뒤에도 공식적 조직이 아닌 소위 비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친박이 알고, 국회의원이 알고, 장관이 알고, 매스컴이 알았지만, 그에 도전한 사람은 없다. 이에 도전한 사람은 지금 나쁜 사람, 부당한 사람으로 낙인찍혀서 매장당하고 있다.

국민은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불통은 그의 통치 스타일이고 문고리 삼인방에 의존하는 것은 부모의 죽음과 연계된 그의 퍼스낼리티 형성과 관련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고, 대통령이 스스로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밝히므로 비선이 사이비 종교 창시자의 딸이라는 것이 인정되면서 국민은 분노하고 허탈감을 가지게 됐다. 신정정치는 비밀, 조작, 선동 정치를 특징으로 한다. 신정정치의 지배자는 항상 비밀리에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고, 그 계시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국민과 여론을 선동한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하는 청와대와 관련자의 대응을 보면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시나리오에 의해서 조작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 의지는 많은 부분 시나리오대로 갈 것이다. 그것이 역사였기 때문이다.

신정정치는 그 추종자가 없을 때 무너지게 된다. 지금까지 신정정치 행태가 존속한 것은 그를 추종한 국회의원, 언론, 시민단체, 주변의 열열한 참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거대 권력과 기득권 세력은 아직도 추종자가 돼 검찰 조사로 시간을 끌고 특검으로 면피하고 희생양으로 진실을 은폐시키고자 할지 모른다. 이것이 권력 세계를 불신하고 국민이 대한민국을 굿판과 신정정치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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