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풍수지리학회장

풍수(風水)는 바람과 물이라고 한다. 풍수라는 용어가 장풍득수(藏風得水)에서 왔다고 하는데 장풍득수는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바람을 감춘다는 이야기는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순화된 바람이 생기를 공급함이다. 이 순화된 바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낮은 곳을 향해 내려다보는 자세에서 왼쪽에는 청룡의 산이 오른쪽에는 백호의 산이 있어 유정하게 감싸주면 바람이 갈무리가 되고 생기도 모인다고 한다. 바로 이 바람을 갈무리하고 생기를 만들어 주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신사이다.

그런데 산이나 언덕 또는 건물들이 있어 사신사의 역할을 해주어 바람을 갈무리하여 주면 좋지만 사신사가 갖추어지지 않은 평지에서는 담장이 사신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담장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먼지나 바람을 막고 도둑 등 외부 침입으로부터 집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시설이다. 또한 직접 불어오는 바람은 살기(殺氣)가 될 수 있으나 담장을 넘어 오는 바람은 순풍(順風)으로 변화가 된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는 돌담을 쌓아 바람을 피하였고 우리나라의 민속마을인 아산 외암마을에 가보면 돌담을 쌓아 바람을 갈무리 하였다. 남해의 충렬사에 가면 이순신 장군을 임시로 모셨던 가묘가 있는데 이곳도 사방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담장을 쌓았다. 유럽의 중세도시에 가 보아도 성주가 사는 집들은 적으로부터 방어가 용이한 높은 지대에 위치하는데 성벽을 쌓아 사방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았다. 얼마 전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중세 15개 도시지역을 탐방했는데 공통적인 특징은 마을 전체를 성벽으로 쌓아 외부로부터 적을 방어하고 바람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성안에서는 담장과 골목을 두어 적으로부터의 방어와 바람을 순화시켰다.

최근에 마을과 학교에 담장허물기가 한참 유행처럼 퍼져갔는데 담장이 없어지자 사고가 발생해 다시금 담장을 치기 시작했다. 담장이 없으면 답답함이 줄어들고 이웃과의 소통이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아늑함이 줄어들고 위험에 노출된다. 최근에 교외에 있는 전원주택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담장을 없애고 대신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담장이 없는 집은 마치 황야에 외롭게 서 있는 모양이니 안정된 기(氣)를 얻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지기(地氣)를 받는 집이라 할지라도 기(氣)를 거두지 못하고 흩어지게 된다. 담장이 너무 높으면 통풍이 안 되고 담장이 너무 낮으면 외부의 바람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지 못하고 기(氣)도 가두지 못한다. 또한 담장에 구멍이 뚫리거나 낡아 허물어진 곳이 있으면 기운이 새어나가고 안온함이 사라진다. 담장은 내부의 기를 관장하므로 반듯하면서 원만하고 튼튼해야 좋다. 주택에서 대문의 위치가 중요한데, 대문은 집으로 생기가 들어오는 공간이다. 그런데 담장이 없다면 대문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 큰 의미가 없다. 담장이 있어야 대문을 통해 생기가 집안으로 유입된다. 담장 대신 나무나 화초를 심어 경계를 표시한 것은 담장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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